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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개미 Jun 16. 2021

호흡이라는 가장 가까운 무기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직한 회사 동료의 SNS를 보다가 숨이 멎을 만큼 놀랐다. 사유는 이렇다. 출근하던 중 갑자기 회사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는 거다. 곧 불도 꺼져서 실내가 온통 새까매졌는데 인터넷도 잘 잡히지 않아 한동안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었다고 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복구가 끝나 사무실에 무사히 도착했는데, 그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료에게 보냈던 “살려주세요”라는 문자가 하루 종일 우스갯소리로 회자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외출 준비물이 없이도 완벽하게 공황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의 준비물은 죄다 가방에 있는데, 가방을 매지 않은 채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엘리베이터에 갇히기라도 한다면? 평범한 사람에게도 두려울 상황이 공황과 함께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얼마나 큰 공포로 다가올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준비물 없이도 공황을 다룰 수 있는 보다 확실한 무기가 필요했다.


주치의는 공황 상황에서 ‘호흡’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해왔다. 신체가 위기 상황을 감지해 생체리듬이 갑작스레 항진되더라도, 호흡만 일정하게 유지되면 다시 일정한 리듬으로 돌아가는 원리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공황이 올 때마다 내 호흡이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분명 평소보다 더 얕은 호흡을 짧고 빠르게 이어가곤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것은 전형적인 흉식호흡으로 긴장이나 불안감을 떨어뜨리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호흡법이었다.


일반적으로 공황 증상에는 복식호흡이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 방법을 완벽히 숙지하지 않아도 단지 호흡을 깊고 일정하게 만들려는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먼저 어깨를 똑바로 펴고 편안한 자세를 취해본다. 그다음 아주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이때 속으로 1에서 5까지 천천히 숫자를 세었다가 잠시 멈춘 다음 숨을 내쉰다. 호흡이 깊고 편안해진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몇 번이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명심할 것은 세 가지다. 등을 펴고 호흡을 깊게 규칙적으로 하는 것, 그뿐이다.


내가 오랜 시간을 거쳐 깨달은 이 사실을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만일 공황 증상이 왔는데 아무런 준비 없이 달랑 몸뚱이뿐인 상황이거나 극도의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럴 때 활용할 수 있는 ‘호흡’이라는 고마운 무기를 발견했을 때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단지 불규칙을 규칙으로 바꾸는 노력만으로도 우리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호흡이라는 가장 가까운 무기가 있기에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호흡은 우리가 살아 숨 쉬는 한 지속되는 것이기에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니 이제 겁먹지 말고 엘리베이터를 타볼까?



글/그림: 김세경(꽃개미)

※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에 수록된 글/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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