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개미 Jun 21. 2021

일상 속 악플에 대처하는 법

회사에서 누가 나를 욕한다

  

    

   

   

    

   

   

조용했던 사무실이 갑자기 웅성거렸다.

곳곳에서 “어머”, “진짜?”와 같은 말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어리둥절하던 찰나 휴대폰으로 비보가 전해졌다. 아이돌 출신 배우 설리의 사망 소식이었다. 항상 밝고 당당한 모습만 보여주던 그녀였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도 한동안 믿을 수 없었다. 곧 그녀가 평소 악플로 괴로워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정말 그것이 극단적 선택의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사에는 그녀가 지금껏 받아왔다는 악플이 고스란히 조명되어 있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과 조롱의 말들. 나는 그녀의 죽음도 안타까웠지만 한 사람이자 어린 그녀에게 가해졌다는 지독한 악플들이 더 가슴 아팠다.
 
그런데 연예인만 악플을 경험하는 건 아니다. 일상에서 맺는 수많은 관계 속에도 악플은 존재한다. 특히 직급에 따른 계층과 직책에 따른 위계가 존재하는 회사야말로 이러한 악플이 꽃피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한 차장님은 유독 이런 악플을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임신 소식을 회사에 알린 다음날 보란 듯이 모든 업무에서 나를 배제시켰다. 그러고는 ‘일 하기 싫다고 도망간 애’라는 소문을 여기저기 퍼트리고 다녔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을 땐 무려 ‘급여 담당자와 짜고 연봉을 뻥튀기한 애’라는 유언비어가 회사에 퍼져 있었다. 그저 급여를 담당하던 선배와 친하게 지냈을 뿐인데 나는 파렴치한 고액 연봉자가 되어 있었다. 회사에는 이런 악플이 생각보다 많다.
 
나는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누군가를 비방하는 모든 행위’를 모두 악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악플을 미연에 방지할 방법도, 딱히 해결할 방법도 없다. 애초에 누군가를 비난하고 깎아내릴 목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어설프게 오해를 풀기 위해 다가가는 것조차 그들에겐 또 다른 악플의 소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면 속이 상하기 마련이지만, 특히나 나에 관한 일들이 왜곡되어 퍼져 가는 걸 지켜보는 마음은 억울해서 더 힘이 든다. 나는 그런 내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다.


염려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앞으론 그분이 제욕을 하는 걸 듣더라도 제게 알려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 얘기를 들으니 제 마음이 좀 힘이 드네요.

나는 더 이상 나에 관한 악플을 듣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실과 다른 말에 일일이 신경 쓰고 대응하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전해준 동료는 이런 내 말에 조금 놀라며 앞으로는 절대로 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날 우리는 평소처럼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사 먹으며 기분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지는 어차피 그 사람의 마음이다. 그 마음은 그들이 알아서 하게 놔두고 우리는 우리 마음을 지킬 방법을 찾자. 악플 때문에 슬퍼할 시간을 기분 좋은 일들로 가득 채우는 거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눈을 질끈 감고 손으로 귀를 꼭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알아서 해결되지 않는 일이라면 오히려 모르는 게 마음은 더 편하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마음이 너무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주저하지 말자. 주치의는 내가 공황 초기에 곧바로 정신과의 문을 두드린 것이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마음이 아프다면 진료와 상담이, 사회적인 피해라면 법률적 조언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재미있게 봤던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겠지만, 악플은 다른 거예요. 패스하고 마음 상하지 말라는 거지. 그런 데다가 욕하는 사람들, 다 외로워서 그래.”
악플로 시무룩해하는 드라마 작가에게 감독이 건넨 위로의 말이다. 이 대사에 크게 공감한 나는 메모장에 따로 적어두고 자주 꺼내어 보았다.

악플은 외로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일 뿐이다. 더 이상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이런 소음으로 채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신경 쓰인다면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누가 이유 없이 나를 욕하는 건 내가 너무 귀여운 탓이라고 말이다.



글/그림: 김세경(꽃개미)

※ 책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에 수록된 글/그림입니다.

책 정보 바로가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1504777


이전 13화 호흡이라는 가장 가까운 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