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나눔
"실을 잇는 것도 무스비, 사람을 잇는 것도 무스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무스비 전부 하느님의 힘이란다. 우리가 만드는 끈목도 말 그대로 하느님의 솜씨, 시간의 흐름 그 자체를 나타내는 거지. 더욱 모여 형태를 만들며 뒤틀리고 얽히고 때로는 돌아오고 멈춰서고 또 이어지지. 그게 바로 무스비. 그게 바로 시간... 물이든 쌀이든 술이든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간 게 영혼과 매듭지어지는 것 또한 무스비. 그러니까 오늘의 봉납은 하느님과 인간을 잇기 위한 소중한 관례라는 게야."
영화 <너의 이름은> 중에서
물건을 잇고, 사람을 잇고, 시간을 잇는 것을 무스비라고 합니다. 특히 시간은 잇는다고 하지 않고 흐른다고 합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스비를 통해 이어진 관계 안에서 갈등도 생기고 문제도 생깁니다. 그것을 푸는 과정이 일이자 삶입니다. 그런데 요즘엔 이런 갈등과정을 직면하지 못해서 서로의 시간이 뒤틀리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관계를 맺고 싶지만 맺는 방법을 모르는 것입니다.
무스비를 통해 맺어진 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이 생기고 나눌 것이 생기는 것인데 요즘엔 일을 먼저 만들고 무스비를 맺으려 하니 시간이 흐르는 것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갈등이나 문제는 묻어두고 일만 하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간이 뒤틀리고 갈등이 터지면 무스비는 끊어지고 맙니다. 시간의 흐름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농경사회에서는 삶이 일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을 통해 무스비가 맺어지고 관계 안에서 갈등들도 해결됐지만 산업사회는 삶과 일이 분리되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무스비가 맺어지는 것으로는 관계가 심화되지 않았습니다. 일을 그만두면 끊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나마 마을에서는 학교나 종교기관이 무스비를 자연스럽게 맺을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그마저도 지금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마을공동체 사업,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도시재생 사업, 사회적경제 사업 등 마을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의 지원조직들은 사업이 목적이 아니라 이들을 관계의 주체로 세워 주민을 사업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계맺도록 지원하고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기업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관계 안에서의 갈등이나 문제는 극복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야할 흐름입니다. 그래야 그 관계 안에서 기대고 유지할 힘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삶 속의 모든 것들과의 무스비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삶의 변화를 목적으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단순히 경제하나 바꾸고, 교육하나 바꾼다고 삶이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입에 들어가는 음식 하나 하나 나와 무스비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함부로 아무거나 먹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자연의 흐름에 어긋나는 것은 멀리하게 될테니 삶 자체가 바뀔 것입니다.
마을에서의 무스비(관계)와 삶의 변화를 꿈꾸는 사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