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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수 Feb 07. 2021

한국 영화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넷플릭스 <승리호>를 보고 난 후 단상

 <승리호>는 한국 최초의 우주 SF,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영화로서 영화 팬들과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화이다. 원래는 작년 추석 연휴 때 극장 개봉을 했어야 하지만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개봉은 무기한 연기되었고, 결국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보전이 가능한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으로 지난 금요일(21년 2월 5일) 공개되었다. 그리고 언제나의 한국영화들이 그랬듯이,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양상이다.

김태리 너무 좋아요.

 어렸을 때부터 <스타워즈> 시리즈를 사랑하던 팬으로서, 스페이스 오페라와 SF 장르에 애착이 있는 관객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승리호>는 장단점이 명확한 영화이다. VFX와 특수효과의 퀄리티는 할리우드 텐트폴 영화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수준으로까지 올라왔고(솔직히 보면서 진심으로 놀랐다), 분장이나 세트에도 세계관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이 와닿았다. 스토리는 빈말로도 좋다고 하기는 힘들었지만, 심하게 모난 부분 없이 깔끔했고 어느 정도의 너그러움만 가진 관객이라면 무난하면서도 재밌게 볼 수 있을 만한 전형적인(다르게 말하면 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다양한 기계, 우주선 등이 등장하고 화려한 폭발, 전투씬들이 어우러지고, 최소한으로 간결하고 납득 가능한 스토리만 있다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영화로서의 제 몫은 다 한 것 아닌가?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더 훌륭한, 많은 것들을 기대했다고 하는 관객들이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단순히 스토리로만 평가하자면 여태 나온 11편의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서도 <승리호>보다 엉망인 영화 못해도 몇 개는 꼽을 수 있다. 애초에 이 장르 자체가 틀에 박힐 수밖에 없다.

과연 스타워즈 프리퀄 시리즈가 승리호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승리호>는 조성희 감독의 작품이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늑대소년>으로 유명하겠으나, 필자에겐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로 인상이 깊게 남았었고, 영화 애호가들은 본격적인 상업 데뷔 이전인 <남매의 집>, <짐승의 끝>을 떠올릴 것이다. 이 <승리호>까지 포함해서, 이 다섯 영화는 모두 같은 감독이 찍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영화의 톤과 장르에서 교집합을 찾기 힘들다. 조성희 감독은 언제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나가는 감독이었다.


 급작스럽겠지만 20세기 말~21세기 초의 충무로로 시선을 되돌려 본다. 그때 당시의 한국 영화계(충무로)는 CJ라는 대기업을 등에 업고 영화계에 진출한 멀티플렉스에 의해, 몇몇 극장을 위시로 한 기존 영화 카르텔이 붕괴되고 업계가 격변하고 있는 시기였다. 한국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고 논할 수 없는, 봉준호-박찬욱-김지운-홍상수-김기덕 등의 감독들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명장이 되고 만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은 <플란다스의 개>였고, 이 영화는 쫄딱 망했다. 박찬욱 감독의 데뷔작은... 직접 보진 못했지만 (안 좋은 쪽으로) 비범한 작품이라는 것에는 대다수의 영화인들이 동의하는 사실이다. 봉준호는 데뷔작을 시원하게 말아먹었지만 다시 메가폰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고, 그래서 나온 작품이 <살인의 추억>이었다. 박찬욱 또한 두어 번의 실패를 딛고 찍어낸 작품이 <공동경비구역 JSA>와 <올드보이>였다.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 모두 당대 한국 영화계에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장르로 평가받았고, 흥행하기 힘들 것이 당연하게 보였던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러한 영화를 찍을 기회가 주어졌다. 당시 그들의 도전들이 없었더라면 과연 지금의 성취가 가능했을까?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봉준호의 <플란다스의 개>

 많은 한국인들은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계의 위상이 높아졌다 말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것은 '한국 영화계'의 성취가 아니라 '봉준호'라는 감독 개인의 성취에 가깝다. 전반적인 한국 영화계의 질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봉준호나 박찬욱, 그 외 지금 한국 영화계를 지탱하고 있는 감독들 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대신하고 이을 수 있는 또 다른 감독들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 면에서 매번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장르로의 도전을 계속해나가는 조성희 감독의 행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일 것이다. 결과물이 아쉽다면 영화의 부족한 점들을 이야기하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한국 영화계가 더 양질의 영화들을 찍어내길 바라는 관객이라면, 이런 도전들을 향한 응원과 지지 또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승리호>는 비록 빼어나지는 않지만 장점이 충분히 보이는 영화였고, 무엇보다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르를 개척해나갔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에서 이러한 도전들이 계속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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