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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partners 샘파트너스 Apr 09. 2017

Barrier Free.

혼자 이겨내는 불편함이 아닌 함께 극복하는 비장애 사회


사회적 약자, 특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이들을 바라보며, 공감하여 개선의 움직임을 보일까? 

그리고 이들을 위한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가 가진 숙제는 무엇일까? 




'의수'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사람 몸에 기계가 있는 모습은 본능적으로 부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어른들도 착용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의수를 '아이들이 착용하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개인적인 동기로 스웨덴 우메아대 소속의 카를로스 토레스 디자이너는 콜롬비아 비영리 단체 CIREC, 레고 미래 연구소(LEGO Future Lab)과  Collaboration으로 어린이 의수를 만들었다. 의수의 정식 명칭은 ‘IKO 크리에이티브 의수 시스템*’(IKO Creative Prosthetic System * http://www.uid.umu.se/en/uid-14/projects/apd/carlos-arturo-torres-tovar/)이다. IKO 의수는 토레스 디자이너가 레고 미래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재직할 때 제안한 프로젝트로 사람들에게 ‘레고 의수’라고 알려졌다. IKO는 기존 우리가 생각하는 의수와는 다르게 근육과 손 부분을 다양한 모듈로 교체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모듈을 갈아 끼우면서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활동을 돕기 때문에 ‘레고 의수’라는 명칭을 얻은 것이다. 레고 의수를 보면 잘 만든 최첨단의 의수라기보다는 사용하려는 어린이에게 기대감을 심어주고, 장애와 의수에 대한 편견을 주지 않으려 한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의수라는 것 자체가 기계의 성질이 강하지만, 레고라는 장난감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레이저를 쏠 수 있는 팔, 굴착기처럼 퍼 올릴 수 있는 팔, 손가락이 있는 팔은 아이들에게 놀이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만능 가제트 팔을 가진 친구랄까? 프로젝트 제작과정 영상을 보면, 핸디캡을 가진 아이와 그 아이의 친구들은 의수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데 이 모습을 보니 IKO는 장애, 의수라는 무거운 두 단어를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역할을 한 것 같다.


디자이너의 말에 따르면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아이들에게 잘 맞고 작동 잘하는 의수를 만들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콜롬비아 출신인 디자이너는 50여 년 동안 내전 중인 모국에서 사고로 팔다리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떠올리며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그에 따른 목표는 아이들의 삶의 질 향상이었다. 그 결과 핸디캡을 놀이라는 행동으로 전환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칭찬받는 프로젝트로 인정받았다. 

 

IKO. 어린이 의수 (출처: 우메아대)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행보.


그렇다면 개인이 아닌 기업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을까? 조금 더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한동안 유행처럼 보였던 유니버설 디자인 (*Universal Design), 인클루시브디자인 (**Inclusive Design), ***Design for all 등 보편적 디자인을 지향하는 용어들이 속속들이 등장했고, 기업도 공익을 추구하는 활동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의 구성 요소를 개선하는 활동을 했다.


*<유니버설 디자인, Universal Design :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 / 출처. 위키피디아 >

**<인클루시브 디자인, Inclusive Design : 가장 광범위한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포함하는 제품, 서비스 및 환경 / 출처. http://www.inclusivedesign.no/practical-tools/definitions-article56-127.html >

***<Design for all : 인클루시브 디자인과 유사한 개념으로 장애인을 위한 접근법을 모색하는 포괄적인 솔루션 / 출처. http://www.inclusivedesign.no/practical-tools/definitions-article56-127.html >



기업의 속성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기업은 장애인, 공공을 위한 활동을 통해 마케팅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금 오래된 프로모션이긴 하지만, 영국의 햄버거 체인점 WIMPY에서 진행한 서프라이즈 프로모션은 햄버거에 “당신을 위해 만든 100% 순수 쇠고기 버거입니다”라는 문구를 깨를 이용해 빵 위에 점자로 새겼다. 특수 제작된 이 햄버거는 시각 장애인들에게 전달되었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공유하며 화제로 만들려 했다. 이 햄버거 체인점은 점자 메뉴를 제공할 뿐, 점자 햄버거를 매번 제공하는 것도 아니어서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얻어보려 했으나 그 연계성은 미약해 보인다. 물론 5년 전에 제작된 캠페인이라고 하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기업의 보여주기식 행보는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반감이 들게 할 수 있다. 어떤 이미지를 얻기 위해 이 기업은 이런 마케팅 활동을 벌인 걸까? 단지 점자 메뉴가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홍보라면, 이 홍보는 마이너스 홍보임은 분명하다. 


물론, 이렇게 노골적으로 ‘우리 기업은 장애인까지 생각하는 착한 기업입니다.’라고 말하는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있다. 네이버는 적록색각이상자, 청황색각이상자, 전색맹인들의 시각 특징을 조사하여 지하철 노선도 개선했다. 이들은 색이 교차하는 환승 지점에서의 구분이 어렵고, 비슷한 채도와 명도를 가진 3호선 6호선의 차이 구별을 어려워했으며, 파랑색과 녹색같이 유사 색상이 가까이 있을 때 불편해하는 특징을 알아냈다. 색상을 조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노선 간의 대비를 주기 위해 외곽선을 적용해 유사 색상의 노선 구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곡선과 직선을 활용하여 노선의 방향을 알 수 있도록 하고, 환승역 정보를 표기하는 등 색약 버튼 하나로 국내 약 150만 명, 세계 약 2억 명이라는 색각 이상자 즉, 소수 사용자를 배려하고자 서비스를 개선했다.


네이버 지하철 노선도 공공디자인 (출처:http://nter.naver.com/naverletter/textyle/56431?category=121930)


요즘은 소위 '핫'하다는 이태원, 홍대에 가면 애견들이 주인들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카페들이 많다. 그렇다면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은 어떨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어렵사리 움직일 수 있긴 하나, 음식점이나 카페를 이용할 수 있을까? 계단과 턱이 가득한 도심의 바깥세상은 누군가에게 높은 장벽일 수 있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의 이동권을 고민한 소셜 벤처 배리어윙스(https://www.facebook.com/barrierwings)는 ‘캔고 Can Go’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앱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이용하는 사람들, 몸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갈 수 있는 시설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앱으로 개인이 실시간으로 배리어프리 장소를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서 말하는 배리어프리 장소는 턱과 계단이 없어 휠체어 이용자, 노인, 유모차를 미는 사람들도 이용이 편리한 상점을 말한다. 배리어프리 장소는 테이블과 의자를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엘리베이터의 유무와 장애인 화장실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해 사진을 찍어 특정 지역의 은행, 카페, 편의점 등의 원하는 편의시설을 검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서울대학교 정문 앞 샤로수길의 점포 31곳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배리어윙스를 만든 개발자이자 CEO인 김찬기 씨는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고자 캔고APP을 기획, 개발하게 되었는데 사실, 그는 1급 지체 장애판정을 받은 장애인 대학생이다. 직접 휠체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의 진심 어린 필요성을 느꼈고, 그 진심이 사업철학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기에 일반 대중들 또한 이 사업의 가치를 인정하여 사업 모금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사회적기업 배리어윙스 경사로 설치 (출처: 한겨레 신문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5694.html)


진정성 있는 

연구활동의 필요  


아쉬운 점은 사람들이 가진 핸디캡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아직은 개인의 역할에 많이 치중되고 있는 것 같다.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한 사람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유명한 한 예로, 직접 노인체험을 하며 제품을 개발해나간 패트리샤 무어가 있다. 이 디자이너는 노인이나 어린이와 같이 손힘이 약한 사람들도 쉽게 여닫을 수 있는 냉장고 손잡이를 디자인하려고 했지만, 회사에서는 ‘그런 사람은 우리 고객이 아니야’라는 말과 함께 거절당했다. 어떤 동기로 그녀가 3년 동안 노인 분장을 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고 했는지 알 수 없으나 기업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강한 의지로 혼자 프로젝트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의미 있는 행보가 무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꼭 장애인을 위한 개선 활동이 아니더라도, 기업이 공공을 위한 활동과 지원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실효성과 지속성이 높은 활동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기업이 사회 공헌, 공공디자인을 내세우는 활동은 가끔 울며 겨자 먹기 식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문화 융성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어 건물을 짓고, 2~3층에는 문화센터를 만들지만 1층에는 디자인 용품을 가득 모아놓고 팔아 돈을 번다. 사회 공헌은 해야겠고, 좋은 브랜드 이미지도 얻어야겠기에 하는 장사 겸 쇼맨십으로 느껴지는 모습은 안타깝다. 장애인을 위한 기업의 활동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기에 식상할지 모르겠다. 대부분 기업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활동을 많이 한다. 이 또한 대기업이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더 성숙하고 진정으로 필요한 문화 융성, 사회 공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은 없는 걸까? 


장애인을 위한 연구와 활동이라고 하면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내놓기에 여념이 없다. 계단을 오를 수 있는 휠체어부터 우수한 센싱 기술력으로 양궁이 가능한 의수 등 이와 같은 연구 개발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결국, 제품을 팔아 이익을 얻고자 함일 뿐, 핸디캡을 가지고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겐 Gap으로 느껴질 뿐이다. 



시민, 기업, 국가가 가진 공동의 힘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들.


한 사람이 가진 핸디캡은 그 사람 혼자 알아서 극복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국가에서 복지차원으로 개인이 가진 불편함을 도와주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것도 옳지 않다. 한 개인이 가진 불편함을 한 사람의 디자이너만 고민하여 결과물이 증발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복지차원에서 획일적, 단발적으로 지원하는 보여주기식 선처가 아닌 결과물을 이제 우리는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은 마케팅 수단에 집중하여 자신들의 활동을 보여주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자산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진정으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정부 또한 시민과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내적 외적으로 성장한 많은 기업과 국가, 시민이 각기 역할을 주도하며,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공익을 추구하는 역할에 앞장서면서 ‘장애’라는 단어가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Epilogue...

자신이 가진 문제 외에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다. 
내가 스스로 느끼는 불편함에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들.  

| BXRS 김지현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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