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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partners 샘파트너스 Dec 18. 2017

브랜드가 공간을 대하는 자세

공간이라는 플랫폼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공간과 관계 맺고 지낸다. 아무리 온라인 세상이 지배적이라고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공간의 영향을 받는다. 개인적인 공간을 제외하고, 나와 공간이라는 매개체를 연결하는 브랜드는 공간이라는 플랫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올해 초 뉴욕 맨해튼의 소호와 브로드웨이에 새로운 공유 매장이 생겼다. 불레틴(Bulletin)은 소매점들의 붕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온라인 브랜드와 수공예 디자이너들에게 매장 공간을 월 단위로 빌려준다. 도시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싸고 소위 '핫'한 매장을 단 5일 만에 빌릴 수 있다. 그것도 딱! 내가 원하는 공간만큼만. 선반의 한 칸만 임대할 수도, 한쪽 벽면도 임대가 가능하다. 넷플릭스 정기 구독하듯 월 단위로 임대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이전의 매장 임대와 비교하여 사업을 시작할 때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부담감이 낮다. 통상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낸다는 것은 큰 자본과 계획이 필요한 일이었다. 아이템 개발은 물론이고, 매장 보증금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매장을 운영할 방법과 직원 관리 등 1인 창업자라면 생각해야 할 것,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출처: bulletin.co

'누구나 쉽게 원하는 공간만큼만 매장을 내거나 뺄 수 있다'

1인 창업자가 늘어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러한 매력을 이용하여 오프라인 매장도 변화를 모색하는 것 같다. 공간의 임대 개념을 바꾸기 시작했다. 장소와 함께 서비스도 점점 최적화된다. 불레틴의 고객은 자신의 상품에만 집중할 수 있다. 평소에 내가 만들던 공예품이어도 되고, 내가 만든 옷이어도 무방하다. 상품만 제대로 만든다면 불레틴에서 물건도 대신 ‘제대로’ 팔아준다. 홍보부터 판매 정산까지 도와준다니 소규모 창업자에게 반가운 매장이 아닐 수 없다. 

출처: bulletin.co

디자이너들은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공간을 소유하는 것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또 요즘 브랜드들은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불레틴 외에도 브랜드들은 어떤 활동을 하면서 공간을 활용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매장을 넘어 생활 속으로
‘무인양품 (無印良品)’

전 세계  75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무인양품은 가구, 생활 소품, 옷, 문구, 식품까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들을 제공한다.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생각은 생산과정의 간소화, 자연 친화적 소재 선택, 포장의 간략화를 통해 합리적인 생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눈에 두드러지는 무인양품의 특성은 미니멀리즘이 아닐까 생각된다. 가장 본질적인 기능만을 가진 단순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잡았고, 사람들의 공감에 힘입어 지금은 제품을 넘어서 의식주까지 라이프스타일에 전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앞으로 호텔과 카페, 레스토랑, 마트, 주택까지 한 브랜드가 가진 역량의 범위가 넓어졌다.  

내년 중국 선전에 첫 ‘무지 호텔 (MUJI HOTEL)’이 먼저 오픈되고, 2019년 도쿄에 오픈 예정이다. 아직 오픈 전이라 정확한 외관이나 인테리어는 알 수 없지만 내부는 재생 나무와 무인양품의 제품들로 둘러싸인 공간이 될 것이라고 한다. 호텔에서 무지 제품들을 먼저 경험해보고 여행이 끝났을 때 마음에 드는 제품을 저층에 위치한 무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무인양품은 소비만 이루어지는 매장 공간의 고객 경험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경험해보고,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가 생각하는 공간을 직접 풍부하게 경험하게 하도록 한다. 무인양품 호텔에서 무지 음식을 먹고, 입고, 사용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하고, 고객은 무인양품의 세계관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호텔 외에도 화학조미료를 최소화하여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Cafe Muji, 식재료부터 산지에서 조달하여 음식 만드는 과정을 고객들이 볼 수 있게 한 MUJI Diner레스토랑, 인근 농장에서 생산된 살충제와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신선식품을 제공하는 무인양품 슈퍼마켓 등 무인양품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브랜드 경험은 우리 생활에 무엇이 중요한지 일깨워 주는 멘토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www.muji.com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주택은 어떨까? 건축가들과 함께 생각을 나눈 무인양품의 주택은 조립 주택이었는데 총 세 가지 모델인 나무의 집, 창의 집, 아침의 집을 선보였다. 일본의 내진을 고려한 건축은 기본이며 모듈형 조립 주택의 특징인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변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크면서 가벽을 세워 아이방을 만들어 줄 수도 있어야 하고, 창문은 정해진 곳이 아닌 내가 원하는 곳에, 방과 방 사이 벽에 구멍을 내서 시선을 맞추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무인양품_창문의 집
무인양품_나무의 집

그 외에도 무인양품이 제안한 ‘제3의 공간’인 무지헛 (Hut)은 3평짜리 초미니 주택인데 공간의 미니멀리즘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무지헛 (Hut) www.muji.com/jp/mujihut/en.html

단순히 집을 팔고자 하는 것 같지 않다. 무인양품의 라이프스타일 전문가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 스스로 자신의 집을 짓는 방법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기도 하고, 초보자를 위한 집짓기 레슨도 제공한다. 고객이 꿈꾸는 주거 생활을 듣고 시공도 해준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고객 스스로 나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동행하는 라이브 브랜드가 되어가는 것 같다. 즉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건축에 대한 철학은 주객전도가 되지 않았다. 정해진 집의 모듈에 나의 생활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경험이 주거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아파트들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만들어진 집일까? 집을 살 때, 우리는 나의 생활과 취향을 고려하여 공간을 구매하기보다 집값이 오를지를 먼저 생각한다. 오른다고 판단된다면 자신의 생활이 피폐해져도 무리한 빚을 내어 집을 구매한다. 우리 스스로가 정의하는 집의 가치는 무엇인지 무인양품은 물어본다. 

‘당신은 자주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무인양품의 홈페이지를 통해 본 건축 철학을 소개하고자 한다. 


생활의 배경이고 싶다 

건축이 우리 생활의 형태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이 쌓여 주거공간으로 자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초점은 고급 마감재나, 혹은 방의 개수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건축이란 가족들의 소중한 관계와 

우리만의 생활을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사무실에서 학교까지
‘WeWork’

기업가치가 200억 달러 (약 22조 4400억 원)을 넘었다. 위워크는 사무실을 빌려 사무환경을 꾸며 오피스를 임대했다. 사무실 계약이 어렵고 초기 인테리어 비용이 부담스러운 신생 기업, 개인들에게 큰 반응을 얻어 급성장한 회사이다. 위워크는 '네트워킹과 공유 속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라는 철학으로 탁 트인 공간과 입주사 간의 네트워킹을 활발히 돕는 App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도 을지로, 삼성, 강남, 역삼에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점을 늘릴 계획 중에 있다. 사무실 오픈 만으로도 바빠 보이는 위워크가 이번에는 ‘위그로우(WeGrow)라는 학교를 연다고 한다. 위워크가 생긴 지 7년 만에 이러한 행보는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위워크가 그리는 학교는 어떤 곳일까? 2018년 9월에 처음으로 학생들이 들어오는 위그로우의 교육 목표는 ‘아이들에게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도록 하자’라고 한다. 


“아이들은 열정을 조기에 실행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교육은 다 자란 뒤 현실의 벽에 부닥쳐 열정을 포기하게 만들지 않나?”

(레베가 노이먼 위워크 공동창업자. 2017.11.9)

Wegrow

학교를 만들기로 한 창업자의 이유 또한 명확하다. ‘자신의 첫 아이를 입학시키고 싶은 커리큘럼을 가진 학교가 없어서’가 그 이유이다. 위그로우는 위워크와 가까운 위치에 만들어질 예정이며 학생들은 위워크를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창업가들이 일하고, 회의하는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하지만, 위워크와 위그로우라는 브랜드가 함께 있을 때, 어떤 시너지가 생길지 궁금하다. 어른들이라고 아이들이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이 학교에서는 위워크 입주 창업가들을 교사로 모셔 멘토링을 제공한다. 일반 학교에서는 미술에 재능을 보인 아이가 있다면 칭찬 한마디로 끝났을 것이다. 재능을 잘 아는 것을 넘어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 10살 아이는 미술과 디자인에 흥미를 보여 티셔츠를 디자인하는 입주 스타트업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실제 제품으로 출시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Wegrow

아이들은 책상과 걸상이 없는 공간에 놓여 소파나 아이디어 회의를 위한 칠판 앞에서 대화하고, 책을 읽는다. 교과서로 배우는 커리큘럼이 아닌 직접 농장을 찾아 작물을 수확해 학교 근처에서 판매하며 덧셈과 뺄셈 / 수요, 공급과 가격에 대해 교육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실을 나가 실제 필요한 배움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이다. 

행동을 통해 교육하는 방식을 제공하는 특화 학교들은 많다. 그러나 위그로우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위워크라는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워크 멤버들에게 먼저 제공되는 서비스인 만큼 위워크 직원이라면 자녀와 함께 같은 빌딩에서 지낼 수 있고, 아이의 입장에서도 부모의 입장에서도 한 공동체 안에서 ‘함께’ 아이를 키워간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이 1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는 속담을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모두 동감하는 말일 것이다. 단순히 공간과 교육의 문제를 넘어 No Kids Zone이 퍼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안으로 보인다. 

위워크라는 브랜드가 하고자 하는 일은 위 (We)커뮤니티를 완성하고자 함이다. 위워크에서 위그로우, 위리브까지 위워크가 바라보는 공간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든 함께 살고 일하고 키우는 We Castle이 아닐까?



당연하고도 진부한

경험이 곧 브랜드다.

브랜드들은 공간을 소유하려는 개념보다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더 높다. 브랜드가 가지는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을 쉽게 볼 수 있듯이 말이다. 브랜드들은 ‘이렇게 살면 더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공간으로 서비스로 디자인으로 마케팅으로 자신의 어조에 맞게 말한다. 공간과 지역사회공헌을 접목하여 풋살장을 지역에 제공하는 브랜드도 있고, 라이브러리나 농원 등의 공간을 제공하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마케팅 도구로 공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공간 마케팅은 곧 이미지 마케팅과도 연관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넘쳐나는 경험 때문일까? 경험이 곧 브랜드라는 말은 너무나도 당연해서 조금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바쁜 우리들에게 경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경험에도 경쟁이 치열해져서 제공 받는 경험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브랜드는 어떻게 차별화된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요즘은 '개인화'라는 시대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Youtube만 보아도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개인 PR이 일상적이다. 주체성을 존중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언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생겨났지?'라는 생각에 순간 놀랍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 과거보다 지금이 고객 한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 앞에서 소개한 위그로우나 무인양품이 만든 주택 및 호텔, 불레틴 매장의 공통점은 브랜드가 소비자 개인의 주체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고 있다. 브랜드가 어느 정도 예시들을 제공하지만 결국 고객 스스로 매장을 선택하고, 집을 선택하고, 일터에서 학교까지 선택하도록 한다. 이러한 문화를 바탕으로 브랜드도 변화하고 있고, 그 안의 공간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간은 문화를 따라간다. 우리는 앞으로 문화를 디자인(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맥락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과연 백화점으로 갈까? 아니면 불레틴 같은 매장을 갈까?

 | BXRS 김지현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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