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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Mar 07. 2023

10일만 사는 아이들

미뢰(Taste bud)



Oleo(올리오)


초등학교 6학년쯤 되면 사람의 5대 미각에 대해 배운다. 미각()은 '맛을 느끼는 감각'을 말한다.

인간의 5대 미각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이다. 사람은 혀의 미각 세포와 개처럼 뛰어나지는 않지만 코의 후각 세포 등이 뇌에 맛의 신호를 전달하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맛을 인식한다.



Oleogustus
올리오구스터스, 지방의 맛


Oleogustus(올리오구스터스)는 라틴어로 "지방맛"을 의미한다.

Oleo(올리오)는 '기름진' 또는 '지방'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왔으며 gustus(구스터스)는 맛이란 뜻이다.

이 맛은 '고소한 맛'으로 삼겹살을 먹을 때 느껴지는 맛이나 방금 볶은 땅콩을 먹을 때 나는 맛이다. 기존의 5대 미각에 추가해서 6대 미각이 되기 위해 최근 케미컬센시스(Chemical Senses) 저널에 등재됐다. 퍼듀대(Purdue Univ)의 영양과학 교수이자 연구 저자인 릭 매터스(Rick Mattes)는 "산화된 오일을 먹을 때 얻을 수 있는 감각이다."라고 표현을 썼다.


이 맛은 버터나 기름지고 튀긴 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고소한 맛이다. 우리 머릿속에 연상되는 그 맛은 실제로는 음식의 트리글리세리드로 인한 식감이다. 실제로는 높은 농도의 올레오구스투스(지방맛) 풍미는 약간 불쾌하고 썩 좋지 않은 맛이며, 아주 높은 농도라면 산패된 맛이 난다.


트리글리세리드는 중성지방(Triglyceride, TG)으로 혈액 속 지질(기름)의 양을 측정할 때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TG)까지 필수 측정 수치로 중성지방(TG) 수치가 높으면 동맥경화 위험도가 커진다. 기름진 식사를 하게 되면 콜레스테롤과 달리 중성지방 수치가 급속하게 증가하는데 알코올(술)이 중성지방 수치 증가 속도를 더 빠르게 한다. 중성지방 수치는 200 mg/dL이하가 정상, 200~400 mg/dL은 경계 수치, 400 mg/dL 이상의 경우는 위험한 것으로 본다.

High triglycerides are dangerous. Image courtesy: Shutterstock

모든 일에는 명분과 근거가 있어야 하듯이 과학자들이 지방맛이 여섯 번째 맛이라는 주장을 하려고 한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맛'이라고 주장하려면 아래와 같이 4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미각 자극은 고유한 화학 구조를 가져야 한다.

미각 자극은 독특한 수용체와 상호 작용해야 한다.

미각 자극은 미각 신경을 통해 중추 신경계로 전달되어야 한다.

미각 자극에는 고유한 기능이 있어야 한다.


아래 사진은 사람의 혀를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확대한 것이며, 미뢰(味雷, taste bud)는 미각세포들의 덩어리를 말한다. 한 개의 미뢰는 5가지의 서로 다른 맛을 감지하는 60~100여 개의 미각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뢰의 평균수명은 겨우 10일이다. 미뢰 세포는 성숙기가 지나면 세포 사멸 메커니즘에 따라 자연적으로 죽게 되고 새로운 세포가 생기게 된다.


미뢰는 비만과도 큰 관련이 있다. 살이 찌면 미뢰 세포의 감각이 무뎌지고 미각이 둔감해진다. 따라서, 미뢰 세포를 자극할 수 있는 더 자극적인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먹을 수밖에 없게 된다. 비만은 신체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염증이 미뢰 세포의 교체 주기를 늦춤으로써 미각이 둔감해진다.

Taste Buds, Sem is a photograph by Omikro


지방이 지방산 형태로 화학적 자극을 하고 있으며 이전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입 안에 지방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증명됐다. 사람들이 지방의 맛을 생각할 때 자신이 경험한 지방의 식감을 연상시키는 심리적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맛의 정의'는 사람들이 그 맛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특징도 만족해야 한다. 맛을 보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실험한 결과 참가자 50% 이상이 지방산을 다른 맛과 구별할 수 있었다.


중국우한폐렴에 걸리면 후각과 미각을 상실한다. 물론, 치료되면서 다시 그 기능을 회복하긴 하지만 사람에 따라 미각이나 후각을 계속 상실하는 사람도 있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혀의 미각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후각상실증(anosmia) ::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증상

미각상실(ageusia) :: 완전하게 미각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

미각저하(hypogeusia) :: 부분적으로 미각을 상실한 증상

미각이상(dysgeusia) :: 입맛이 변한 증상


우마미(Umami)라고 부르는 감칠맛은 5대 미각 포함시킨 사람은 도쿄제국대학의 화학자 이케다 키쿠나에(Kikunae Ikeda)로 1900년에 감칠맛이 발견됐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되기까지 거의 100년이 걸렸다.


공식적인 '맛'이 되기 위해서는 100년이 걸린다.



오랜 시간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완성한 진버막(진짜버터막걸리)는 인간의 5대 감각(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에 6대 감각이 되는 버터맛까지. 과학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만들었다.

단 한 잔으로 모든 미뢰 아이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든 술이다.

술맛에 있어서 만큼은 겸손하고 싶지 않다. 그게 사실이기에.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reference image source: karaleefamilydental.com.au / npr.org / alodokt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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