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아니기 때문
몇 살 때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어요?
10대부터 알바를 경험했던 사람.
20대부터 돈벌이를 시작한 사람.
대학 공부, 목표하는 시험, 준비를 하다 30대부터 시작한 사람.
각자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예전과 달리 요즘의 젊은 청년들은 첫 직장을 얻는
타이밍이 많이 늦다.
상상이상의 교육열에 대학 진학률도 높고
대학 진학률이 높으니 대학원 진학률도 높고
좋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외국에 연수를 다녀오는 경우도
많아 외국 청년들에 비해 첫 직장에 들어가는 나이가 늦다.
직장을 구해 활발히 돈을 버는 시기에도 주당 노동 시간은
대략 40시간(5일 ×8시간 = 40시간)이다.
뉴스에서 자주 인용하는 OECD 평균보다 3.2시간 길다.
G7 국가들보다 5시간 더 일하는데 더 가난하다.
그들보다 공부도 더 했고
일도 더 열심히 하는데 가난하다.
명퇴(라고 적지만 사실은 권고사직)되는 나이는 평균 49.5세다.
남성의 경우로 보면 약 27~28세에 취업해서 50~51세에 명퇴하다고 보면
대략 20년 정도 회사를 다니는 셈이 된다.
평균 연봉을 5천만 원이라고 하면 ×20년 =10억이 되는데
통장 잔고에는 현금 1억은커녕 1천만 원도 없다.
이 회사 저 회사 전전하며 노련한 사장들에게 휘둘려
모든 것을 내어주고
무엇인가 받을 것을 기대했지만
정작 자신의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그들은 시니어가 돼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연봉은 우하향으로 내려오고,
콧대 높은 젊은 친구들의
썩소도 애써 모르는 척한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이 든 중년의 얼굴에
20년 전 모시던 차장님, 부장님이 갑자기 오버랩된다.
어디서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하다.
재테크를 잘해서 일찍 파이어족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미치게 부럽다.
누구네는 부모님이 집을 줬네 건물을 받았네 하는 이야기가
아내를 통해 간간이 들릴 때는 슬쩍 눈치를 보게 된다.
토요일 오후 로또 추첨이 되면 인생이 달라지리라 기대해 보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이다.
또 5천 원만 날아갔다.
나이 들어서 자식한테 용돈 받는 삶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친구들에게 말하지만 사실은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다.
자식들도 자기네들 먹고살기가 팍팍할 텐데
부모로서 변변한 무엇하나 물려주지 못한 죄인 아닌 죄인이
자식한테 기대기는 정말이지 싫다.
이제 남은 길은 예전의 화려했던 시절은 모두 다 잊어야 한다.
저렴한 노동시장,
단순 업무,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위촉직이든
어떤 자리라도 한 푼이 아쉬워 찾아다녀야 한다.
늙어서도 일을 놓지 못하고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을 살아가야 한다.
일찍이 사업을 건실하게 일궈낸 친구들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 이야기에
혼자 기분 상해 연락을 끊은 지도 오래됐다.
처음엔 몇 번 전화도 오고 문자도 오더니 지금은 전혀 오지 않는다.
젊을 때 친구들끼리
박스를 줍더라도 우리 구역은 침범하지 말자!라는 농담에
박장대소했던 생각이 난다.
저녁대신 쓸쓸하게 소주나 막걸리 하나 마시고
하루종일 지친 몸을 눕히지만 새벽같이 울리는 알람에
뻐근한 등짝을 일으키고 돌잡이도 아닌데
몸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목뼈를
끙끙대는 신음소리와 함께 끌어줘야 한다.
젊을 때는 상상하지도 못하던
주 6일 아니면 주 7일 근무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기술 없이 퇴직한 50대의 적정 연봉은 1400만 원이라고 한다.
울분이 가슴속에서 울컥하고 올라오지만 차가운 물 한 잔으로 달래 본다.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되었나?
어디서부터 꼬인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열심히 살았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대체 언제나 이렇게 힘든 삶이 끝날지...
아픈 곳은 늘어나고
들어갈 돈은 많고
모아놓은 돈은 없고
돈을 벌 마땅한 방법도 없고
힘들 때마다 의지했던 부모님도 이젠 모두 돌아가셨다.
70살, 80살이 되어도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 나를 써줄 곳은 있기는 한 것일까?
인생이 허무하다.
젊을 때 생각했던 은퇴 후의 삶
젊을 때 생각했던 노년의 삶은 이런 게 아니었다.
모두 끝나야만 쉴 수 있다면
차라리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백발소년단 이 친구들의 흰머리가 참 멋지다.
근래 베이버붐 세대 1,700만 명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의 현실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여러 매체에서는
희망을 가져라! 할 수 있다! 늦지 않았다! 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여주지만
우리가 가난한 이유는 우리가 부자가 아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열심히 살았다고 해서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열심히 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얻은 게 있다면 잃는 게 있고,
잃은 게 있다면 얻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