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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Aug 28. 2022

호이가 반복되면 둘리

호구가 되지 않는 방법

A호텔에서 오래 근무를 하시고, OO학교에서 11년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많은 호텔리어를 배출하셨던 H선생님이 오랜만에 공방을 찾아주셨다.

감사하게 무거우실 텐데도 맛보라며 직접 담으신 술 몇 병까지 챙겨 오셨다.

Rump of Ice를 넣은 헤이질럿 커피 한 잔을 드렸다.


recipegirl.com

음료에 어떤 종류의 얼음을
사용하는가도 중요한 레시피다.

- 팥빙수를 만들 때 사용하는 눈 꽃처럼 고운 입자의 얼음을 Shaved Ice, 

-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던 육면체 모양의 Cubed Ice,

- 잘게 갈아낸 알갱이 모양의 얼음인 Cracked Ice,

- Craced Ice 보다 더 큰 덩어리 형태의 Rump of Ice.



내가 아는 선생님은 지금까지 봤던 어떤 분보다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다.

호텔리어를 배출하는 학교에서 근무하시면서 그 열정만큼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엄격하게 가르치셨다.


실습했던 싱크대 배수구에는 찌꺼기 하나 남지 않게 청결해야 하고,

선배, 교, 직원들과 먼 곳에서라도 눈이 마주치면 공손하게 인사하도록 하고,

(호텔의 서비스를 가르치는 교육과정으로)

인성과 실력을 겸하도록 오랜 시간을 가르치셨다고 한다.


호텔리어 학교에 계시다 보면 호텔을 비롯한 여러 대형 요식, 서비스 업계에서 급하게 일손이 

필요한 경우에 아르바이트 학생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한다. 

선생님이 열정과 관심으로 엄격하게 훈련된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복귀하면 선생님께

학생들이 너무 교육이 잘 돼서 덕분에 행사가 잘 끝났다고 하며 특히, OOO 학생, OOO 학생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졸업하면 꼭 우리 호텔로
보내달라는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보람되고 의미 있으신 일을 오래 해오고 계셨지만 근무하셨던 학교에서의 생활은 

그러하지는 않으셨다고 한다.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과목이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상의도 하지 않고 

과목을 하나, 둘 추가했다고 한다.

(이때, 선생님이 학교의 일방적인 진행에 제동 브레이크를 걸었어야라고 본다.)


실습 교과목 하나가 추가되면 수업을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앞, 뒤 시간이 필요하고 더 길어진다.

학생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어느 한 명도 소홀하게 하지 않는 선생님 성격상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나눠주다 보면 몸은 하루하루 지치셨을게다. 

게다가 수업과는 별도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많은 행사의 의전까지 담당하셔야 했다.

(호텔식 의전은 VIP의 동선, 식성, 취향 등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만드는 하나의 작품이다.)

'의전'은 단순한 응접이나 접대 차원을 뛰어넘는 상상 그 이상의 섬세함을 필요로 한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나면서부터는 무리한 스케줄 조정에 대해 학교 쪽에 

배려를 요청했지만 학교는 오직 신입생 모집과 매출이 되는 등록금에만 관심이 있을 뿐 


선생님을 처음에 모셔올 때의
초심은 이미 잃은 지 오래였다.


결국 마지막 의견을 외면당한 선생님은 10여 년 넘게 청춘을 바친 학교에서 등을 돌려야 했다.


말씀을 들으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지인 몇 명의 얼굴이 같이 생각났다.


그 지인들도 소속된 학교나 회사, 연구소, 병원에 대해 바른 소리를 하고

일을 가리지 않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쫓아다니며 의견을 냈지만 결국엔 

조직은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칼을 꽂았다. 그것도 깊게.


최선을 다해서 내달리는 말(馬)에게는 '격려'로 충분하다.

아니 '독려' 정도도 괜찮다.

심지어 '채찍질'이라고 하는 잔인한 표현까지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 독려가 알맞은 한도인 '물리적' 또는 '심리적' 정도()를 넘어섰을 때 

그 즉시 제동 브레이크(break)를 걸어주지 않으면 

어수룩하게 이용하기 쉬운 소위 '호구'가 된다.



'호구'가 되긴 쉽지만
벗어나는 건 쉽지 않다.


'저런 일을 왜 당하지? 나 같으면 안 할 텐데?'라고 말할 수 있지만

호구가 되는 이유는 '을'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지배하는 '갑'의 가스 라이팅이다.

'갑'과 '을'의 관계만 한정해서 말했지만

가짜 친구 사이, 가짜 동료 사이, 가짜 지인 사이에서도 이런 관계는 존재한다.


이젠 좀 선을 넘으면
넘는다고 말하고 살자.


이젠 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니라고 말하고 살자.

교묘하게 또는 대놓고 자신의 심리를 지배하려고 하는 자에게.


마치 집에서 키우는 개처럼

'앉아' 명령을 듣고 꼬리 치며 

'간식'을 얻어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나저나 이번 추석에는 선산 갈 때 어떤 술을 가져갈까 고민된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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