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편집
쿨레쇼프 효과
1920년대 초반, 소련의 영화감독 레프 쿨레쇼프(이하 쿨레형)가 진행하던 영화 워크숍에서
영화 제작에 필요한 필름을 구할 수 없던 쿨레형은 학생들과 촬영된 영상들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영상을 이용한 심리적 실험을 했는데 이 결과가 현재까지도 영상 심리학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레프 블라디미로비치 쿨레쇼프(Лев Владимирович Кулешов)는 러시아와 소련의 영화제작자이며, 세계 최초의 영화제작 학교 '모스크바 영화학교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쿨레형의 실험 중 하나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특별한 표정이 없는 무표정한 배우의 이미지를
보통의 음식,
사망 후 입관되는 관,
젊고 예쁜 여자
세 가지의 이미지 클로즈업 샷과 편집하여 관객에서 보여줬다.
배우의 표정은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배우의 표정이
배고픔,
슬픔,
사랑이라는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했다고 봤다.
감독은 전혀 다른 관점으로 편집된 두 영상을 보여줬지만 관객은 두 영상들 사이에
자신의 느낌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관계를 만들었다.
이 현상을 이렇게 부른다.
쿨레쇼프 효과(Kuleshov Effect)
쿨레쇼프 효과는 기본적으로 설정샷(피사체와 주변 환경 사이의 관계를 알려주는 기능)을 생략한다.
위의 실험에서 배우와 젊고 예쁜 여자가 둘만의 공간에 있는 설정샷을 먼저 보여줬다면
둘의 관계를 관객은 짐작하게 돼서 쿨레쇼프 효과가 생길 수 없다.
심리적 효과를 영상 효과에 이용한 이 편집 기법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연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자신이 사용하는 영상 기술 중 하나가 쿨레쇼프 효과라고 말할 정도다.
위 이미지를 보자.
클로즈업된 남자의 표정(좌)은 위와 아래가 같고, 역시 클로즈업된 남자의 표정(우)도 같다.
다만 위 영상에는 가운데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의 사진이, 아래 영상에는 반쯤 벗은 여성의 사진이 있다.
위 영상을 본 관객은 남자가 가슴 따뜻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래 영상을 본 관객은 음탕한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인과성이 전혀 없는 영상이지만
관객은 인과성을 부여한다.
쿨레쇼프 효과는 영상 편집의 가장 기본적인 프레임을 갖고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
모든 영상 속에 편집자의 의도대로 숨어있다.
필자가 생성한 짧은 이미지 두 컷을 보자.
하나는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한 중년의 남자다.
두 번째 이미지는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세팅된 술과 음식이다.
연관성이 전혀 없는 두 이미지를 아래와 같이 편집했다.
중년의 남자 이미지를 작게 만들고 시선이 머무르는 위치에 소주와 음식 사진을 크게 뒀다.
이미지를 보는 사람에겐 중년 남자의 이미지는 소주 생각이 간절한 남자로 비치게 된다.
정치인들이 죽자고 땀 흘리며 봉사활동을 하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하고,
평소에는 찾지도 않던 시장을 찾아 악수를 청하고
상인과 활짝 웃는 사진을 함께 찍는 이유
정치인들은 쿨레쇼브 효과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젠 그만 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