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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Mar 29. 2024

사형집행 전 고별주, 금문고량주

진먼 가오량져우

1년 평균 온도 25도의 나라,
대만에는 정작 대만 본섬보다 중국과 더 가까운 섬이 있다.
중국과는 고작 4km, 본섬과는 200km의 거리에 '진먼'이라는 섬이다.


한자로는 '금문(金門)'이라고 써서 '금문도'라고 읽기도 한다.

울릉도 두 배 정도 크기의 진먼섬은 지리적 위치가 참 애매하다.

실제로 이 섬에서는 1958년에 대만과 중국이 전쟁을 했던 적이 있다.

이 전쟁을 '금문포전' 또는 '8.23 포전', '제2차 대만 해협 위기'라고 한다.



술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 섬에서는

고량주의 원조 중국을 넘어서는 최고의 고량주가 만들어진다.

대만의 국민 백주인 고량주 이름은 '금문고량주'로 38%와 58% 두 종류의 술이 있다.


중국과의 전쟁 때 진먼섬 진청마을에 주둔하던 10만 명의 대만 군인들은

지하벙커로 피신해서 폭격이 멈추기만을 기다렸다.

수백, 수천발의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의 공포가 내려앉은 어둡고 좁은 지하 벙커에서

군인이 죽음의 공포를 견딜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술'뿐이었다.


당시 진먼섬에 주둔하는 군인들과 주민들이 소비하는 쌀과 술은 모두 본섬에서 가져오고 있었다.

진먼섬은 고량주의 원료인 수수를 재배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금문고량주 맛에 반한 진먼 방위 사령관 후롄 장군은 섬주민들에게 수수재배를

부탁하고 수수를 군으로 보급되는 쌀과 맞교환했다.


후롄 장군은 고량주를 만들던 '진청주창'을 흡수해 군이 직접 운영하는 '주룽장주창'으로 바꿨다.

그렇게 전쟁이 끝나고 1956년부터 '진먼주창'이라는 이름의 회사로 바꿨고

1992년 계엄령이 해제되면서 대만정부는 군이 소유하고 있던 진먼주창을 진먼 현 정부에

되돌려주고 1998년에 현재의 주식회사 법인체제로 만들어졌다.



                    


금문고량주는 수수와 밀, 화강암반수 세 가지 재료로 만든다. 술의 향과 맛, 목 넘김이 아주 훌륭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술맛이 좋아지기 때문에 금문고량주는 가격이 올라간다.

심지어 은행 금리보다 금문고량주의 빈티지 가격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에

은행에 예금하지 말고 금문고량주는 소장하는 게 이익이다는 말도 있다.


한국에서는 58도짜리 금문고량주만 수입이 된다.

현지에서는 2만 원 정도지만 한국에서는 6~7만 원에 살 수 있다.


66도 원조대국주는 대만에서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아서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다.

워낙 고도수의 술이라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식도의 위치가 느껴질 정도라

아주 작은 고량주 전용잔에 조금씩 따라 마시는 것이 좋다.


진먼에서는 술을 만들고 남은 지게미로

소를 키운다. 지방이 없고 담백해서 샤브샤브나

구이로 먹는데 이 맛이 기가 막히다.


대만 교도소에서는 사형 집행을 앞둔 사형수에게 이승에서 마지막 식사와

함께 고별주로 금문고량주를 제공한다.


사형전 고별주, 어떤 기분일까...



http://link.inpock.co.kr/kwine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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