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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Mar 26. 2024

품주사

중국 최고의 술감별사

한국에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있다면


중국에는 품주사라는 직업이 있다.


우리나라의 소믈리에는 국가가 전혀 인정하지 않는 민간협회 자격이지만

중국의 품주사는 정규 대학에서 전공한 사람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가질 수 있는 라이선스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한국은

다국가의 문화, 그중에서도 '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탕후루, 마라탕, 스시, 라멘 등 셀 수도 없는 음식 문화는 한국 젊은 세대들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입맛도 가져가고 있다.




테무와 알리가 한국의 유통시장을 거대 자본과

빠른 마케팅으로 가져가듯이 음식시장도 양꼬치부터 마타탕, 탕후루까지 중국의

영향은 이미 '무시'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늦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브랜드가 생기고 사라지면서 중국 음식 시장은 더 단단해졌고

이제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으로 특정 짓는 중국 음식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됐다.


중국 음식이 유행을 타면서 함께 성장하는 시장이 백주, 바이주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독한 바이주를 칵테일로 만들어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시장 문턱은 낮아졌다.

'차이니스 바'가 바로 그것이다.

중식당의 바이주 라인업이 화려해지고 가격은 더할 나위 없이 착해지고 있다.

제걸량, 공부자주 자약, 강소백, 몽지랑, 양하대곡, 연태고량, 귀주뇌교주, 마오타이, 수정방, 백년호도까지.



출처: 월간 ANDA


국내에 전통주, 맥주, 증류주를 배우는 학원은 몇 개 있지만 전통 바이주를 가르치는

기관은 없다. 바이주는 품주사가, 품주사만이 가르친다.

품주사는 굳이 표현하자면 와인 소믈리에, 사케 기키자케시와 같은 전문가 그룹이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품주사는 중국 술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중국에서 품주사는 국가자격증으로 최고단계까지 경력을 쌓아야만 취득할 수 있는 라이선스다.

그래서 중국 품주사는 돈 몇 푼 만 내면 딸 수 있는 소믈리에와는 격이 다르다.

왜? 국가가 보증하는 술을 취급할 수 있는 장인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칭다오와 설향이 중국을 대표하는 전국구 맥주이긴 하지만

중국 술을 대표하는 술을 단연코 백주다.

한국에서는 빼갈로 불리지만 원어는 '바이갈'이다.


지난 5년간 중국의 고급 백주 시장은 해마다 20%씩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규모가 4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중국식품산업보>는 전망하고 있다.


전에도 한 번 말한 적이 있지만

구대륙 프랑스, 이탈리아 유럽에서는 팬데믹 이후 포도밭을 갈아엎고 있고

중국은 이틈을 놓치지 않고 프랑스와 제휴해 포도를 심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과 기술력, 유통력으로 세계의 술 시장을 한꺼번에 삼킬 준비를 모두 마쳤다.


우리는 언제까지 심봉사처럼 더듬거리며

안대를 쓰고 술 이름을 알아맞히는 것으로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을 주고

조그만 와인샾이나 전통주점에서 손님 취향(?)을 고려한 제품 추천이나 할 것인가


답답하다.

우리나라 스케일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지.


http://link.inpock.co.kr/kwine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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