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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Sep 20. 2022

직원이메일 훔쳐보는 부사장

뭐 대단한 회사라고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국정원(국가정보원)의 초대 원훈이다.

내곡동 국정원 중앙 현관에는 ‘이름 없는 별’ 조형물이 있는데 검은 돌로 만들어진 조형물에는

현재까지 국가를 위해 순직한 요원들의 숫자인 19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국정원의 희생자들은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는다.  요원들이 ‘이름 없는 별’로 새겨지는 이유는

국가 임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명예롭게 순직한 국정원 요원들의 명복을 빈다.




5년 전,

본사가 울산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지인 K가 말해준 이야기가 있다.

그 회사는 대표이사보다 P 부사장이 더 실세라고 한다.


P 부사장은 직원들을 채용할 때마다 외부에서 1차로 면접을 진행하고 난 뒤

2차로 대표와의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 한다고 했다.


특이하네


P 부사장은 67년생 울산 사람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故 정주영 회장과 사업을 같이

일으킨 사람이라고 한다. 늘 정 회장과 아버지가 같이 찍은 사진을 휴대폰에

저장해놓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꺼내 보여준다고 했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우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우니 아들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지않겠냐고 말했다.

너무 궁금했다.

왜 면접을 외부에서 단독으로 보는지.


K가 하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본인과 회사에 얼마나 충성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심층 면접을 진행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충성심을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지금이 공안정국도 아닌데 충성심이라니?

 회사와 개인의 이해도가 맞지 않으면 굿바이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럼 K 너도 그런 면접을 부사장하고 본거야?'


그렇다. K도 멋모르고 입사하면서 부사장과 그런 면접을 봤다고 한다.


입사하는 직원도 회사를 모를 텐데 충성심을 왜 따질까 궁금했다.

추측컨데 아마도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는 것을 보고

자라면서 아버지가 가장 고민스러워하셨던 부분이 바로 '사람'이지 않았을까 추측 된다.


'사람'이 필요한데 '사람'이 없고,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가 어렵고

'사람'이기에 배신하고 '사람'이기에 상처받는 모습을 보아와서 서류를 통과시킨 후

면접 단계에서부터 채용하는 사람의 '절실함' 속에 묻어 나오는 '절박함'을 '충성도'로

곡해해서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P 부사장이 상당히
위험한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K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


'P 부사장이 상당히 위험한 사람 같아,

 충성심을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네.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 아랫사람한테 충성을 요구하면

 윗사람은 뭔가를 줘야 하는데 자기가 그런 걸 줄 수 있나?'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자기 라인을 만들어서 자기 말이라면 군말 없이 절대복종하는 사람을 원하는 거죠.'


K는 최근에 일어난 일을 하나 말해줬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모 프로젝트를 위해 외부에서 T 부장을

추천받았는데 역시나 강남 모 처에서 P부사장이 회사 사람들 모르게

인터뷰를 진행했고 T부장은 입사를 했다고 한다.


입사 후 회사에 대해 잘 모르던 T부장은

같은 근무지에서 근무하던 동갑내기 K와 이야기를 나누며

회사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T부장은 입사 후 합리적이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P 부사장이 지시하는 막무가내식 업무 지시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라며 바쁜 와중에도 K와 이메일로 이런저런 상의를 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한 K에게 P부사장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왔다.


'T부장에게 이런 식으로 회사에 대해 말하지 말고,

 자신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하지 말라'며 보낸 이메일 첨부 파일에는

 K와 T부장이 서로 주고받은 이메일이 캡처되어 있었다.


K와 T부장이 이 사건으로 상의한 결과는 놀라웠다.


P부사장은 직원들끼리 주고받는 이메일을 동시에 같이 전달받도록 되어있는

이메일 감시 프로그램, 감시 앱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직원들의 동향을 추적하고 있었다.

소름 돋는 엽기 행각에 T부장은 한 달 만에 퇴사했고, K도 곧 퇴사를 할 거라고 했다.


세상은 넓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도 많다.


회사 이메일, 회사 메신저로 사적인 대화는 하지 말자.

회사 컴퓨터에 PC카톡을 설치해서 사용하지도 말자.

회사는 당신이 언제 무엇을 얼마만큼 하는지

말을 안 하는 것일 뿐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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