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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Sep 25. 2022

수리남과 홍어 이야기

홍어는 죄가 없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속 주인공 강인구는 

수리남 홍어를 한국으로 수입하기 위해 수리남에 갔다가 

마약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 


정말 수리남에서 홍어를 수입할까?



식용으로 홍어를 삭혀 먹는 나라는 동양에서는 대한민국, 

북유럽 쪽에서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이렇게 3개국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전라도 지역의 홍어 사랑은 대단하다. 

결혼식이나 잔치, 장례식에서 홍어가 나오지 않으면 그 잔치는 안 하니만 못하다.


하지만 전라도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방에서는 코가 뻥 뚫리는 삭힌 홍어가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음식은 아닌 것은 맞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 '홍어'에는 '음식재료' 본래 의미를 넘어

그 이상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적 의미가 포함됐다.

좋은 의미보다는 조롱과 혐오, 비하의 의미로.


'홍어'는 조롱과 혐오, 비하의 의미가 포함됐다.
신안수협, 연합뉴스


지금도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혐오적 표현으로 '홍어'가 사용되는 건 우리 모두 안다.

바닷속을 돌아다니다 인간 손에 잡혀 인간의 식탁 위에 올라간 '홍어'가 무슨 죄가 있을까.


전라도에서는 홍어삼합이라고 해서 묵은지에 홍어와 삶은 고기를 얹여 먹었는데 

요즘은 서울, 경기지역에서도 홍어삼합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양식을 하기에는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양식을 하지 않는 홍어는 모두 자연산이다.

홍어는 흑산도에서 잡히는 홍어를 최고 품질로 쳐준다.

홍어는 회유성 어종이라 서해 이북 북반부부터 서해안을 타고 내려온다.

때문에 맛으로 홍어 출처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8kg 이상되는 흑산도 홍어는
대략 50만 원가량에 거래된다.


심지어 흑산도 홍어는 서울지역 유명 수산시장 경매장에 나오지도 않는다.

흑산도 홍어는 잡히자마자 물에 젖지 않는 특수한 바코드를 붙이고 흑산도 수협 자체 유통망으로 유통된다.

홍어는 버릴 게 하나도 없이 먹는다. 

홍어 간은 홍어애탕으로 요리하면 시원한 국물 맛을 따라올 음식이 없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삭힌 홍어는 옷에 냄새가 배고 회식으로 모든 사람이 같이 먹기엔

분명한 호불호가 있어 아직도 먹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참기름을 두르고 상큼한 미나리와 같이 고춧가루와 식초, 설탕으로 무쳐낸 홍어무침은

뼈까지 오독 거리는 맛이 일품인 데다가 

공방에서 빚은 우리 술과 궁합이 너무도 잘 맞는 음식이라 좋아한다.


그렇다면 경매장에 나오지도 않는 홍어 수요를 어떻게 충당할까?

수입뿐이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홍어 중에
수리남産 홍어는 없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대부분의 홍어는 아르헨티나(50.4%), 칠레(8.3%)·우루과이(3.3%) 순이다.

수리남에서 수입되는 어류는 한국에선 식용이 금지된 '기름치'로 양심 없는 수산업자들이

과거에 '황새치', '매로 구이'나 '저가 참치'로 속여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많았다.

기름치(국립수산과학원)


전혀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름치'에는 왁스 에스테르 성분이 있어서 사람이 소화하기 어렵다. 

과다 복용 시에는 설사, 복통, 구토를 일으킨다. 때문에 일본, 호주, 이탈리아도 식용금지식품으로 지정했다.





일요일 오후 외부 일을 보고 

전철역에서 내려 집에 오는 길이였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노점이 보였다.

'홍어무침'

발걸음이 느려진 나를 발견하고 내 또래 정도로 보이는 노점의 주인아줌마는

마스크 때문에 목소리가 안 들릴까 봐 큰 소리로 외친다.

'맛있는 홍어무침 들여가세요~'


'얼마예요?'

'한 팩에 만 오천 원이에요. 이만 원짜리도 있는데 이건 양을 더 드려요'

'이만 원짜리 하나 주세요'

'네~'

'여기 매일 열었어요? 처음 본 것 같아서요.'

'아니요~ 일요일에만 열어요~'

'아~ 그랬군요. 자주 들릴게요!'


미나리와 매실액을 넣으면서 열심히 홍어를 무치는 주인아줌마에게 물었다.


나: '외국산이죠?'

주인: '저요? 한국산이에요~'

나: '네??? 하하 아니요. 홍어요. 제가 왜 아주머니한테 초면에 그런 걸 물어요'

주인: '아~ 네~ 가끔 묻는 분들이 있어서요 호호'

나: '아이고, 매너 없는 사람들 많네요. 자기 일이나 잘하지 꼭 쓸데없는 참견을 하고 그래요'

주인: '그러게요~ 홍어만 맛있으면 되는 거죠! 안 그래요? 호호'



주인아줌마는 내 말에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무치면서 맛보라고 큰 거 한 점을 꽂아주신다.

참기름 도는 빨간 홍어무침에다
공방에서 만든 전통주 한 잔 하니 일주일 간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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