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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Sep 28. 2022

얼굴 세탁 이름 세탁

이름 바꾼다고 인성도 바뀔까?

코로나 이전 강남 성형외과는 중국에서 성형을 받으러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는다며 강남의 성형외과들은 돈을 갈퀴로 긁었다.


성형 수술의 부작용은
성형 욕망 앞에서 무시됐다.


쌍수(쌍꺼풀 수술), 앞 트임, 뒤트임은 기본이고 안면윤곽, 사각턱과 같은 위험한 안면부 수술에

지방흡입, 가슴보형물, 엉덩이 힙업, 키 크는 수술까지 몸에 칼을 대는 위험성은 늘 존재하지만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욕망의 열망 앞에서 무시됐다.


강남의 모병원은 병원 로비에 얼굴에서 잘라낸 턱 뼈를 모아 전시했다가 의료 폐기물 처리법

위반으로 여론의 뭇 매를 맞았다. 그때 사람들은 전시된 턱 뼈 탑을 보며

'우리나라가 성형 수술을 이렇게 많이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다들 한 번씩 하게 됐다.


출처: 한겨레


'렛 미인'이라는 방송에서는 정도가 심한 선천적 문제가 있는 일반인 출연자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전신 성형 수술을 통해 전혀 다른 사람을 만들었고 변화에 놀라워하던 일반인들은 서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수술로 해결하고자 열심히 돈을 모아 성형외과에 상납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돈의 흐름은 물과는 반대다.


돈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당시 강남과 압구정동에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 비슷한 분위기의 얼굴들의 여성들이 돌아다녔다.

턱과 머리를 붕대로 감고 선글라스를 쓴 성형 수술한 환자들을 보는 건 지금도 너무 흔하다.

요즘은 비슷한 분위기의 콧대가 높고 광대뼈를 깎아내서 얼굴을 작게 성형한 남성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뭐든지 과하면 문제다.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은 '성형 중독'이라고 하는 새로운 중독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성형 중독증으로 일반인보다 얼굴이 3배 정도는 더 큰 선풍기 아줌마는 식구들의 외면 속에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정치인 OOO의 아내는 성형 수술한 얼굴이 부담스럽다는

여론에 남편 옆에 서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도 과거의 학교 졸업

사진과 함께 성형 수술 부위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중년 여성들에게 탄력 있는 얼굴을 만들어준다는 리프팅 수술과 보톡스는 너무 흔한 시술이 돼버렸고

얼굴을 갸름하고 V라인으로 만들어준다는 마사지 기구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눈 아래 주름을 방지해준다는 패드, 각종 기능성 화장품과 색조 화장품까지 포함하면 여성 미용,

성형시장 규모는 수 조 이상의 시장이 된다.


외모 성형뿐만 아니다.

법적인 기준이 완화가 되면서 너도나도 이름 성형을 많이 한다.

친구들한테 놀림을 당했던 이름들이 주로 개명을 했던 것에 비해 요즘 추세는 더 세련된 이름이라든가

과거 이미지를 벗고 싶어 한다거나 복이 들어온다거나 다양한 사유로 개명을 한다.


내 주변에만 해도 6-7명은 되는 것 같다.

처음엔 바뀐 이름으로 부르는 게 많이 어색했지만 개명한 그들의 노력과 정성을 위해서라도

되도록 개명된 이름으로 불러준다.


사람만 개명하는 것은 아니다.

전철역 이름도 개명을 한다.


우리 동네 초림역은 수내역으로,

백궁역은 정자역으로,

부곡역은 의왕역으로 바뀌었다.


서울의 오래된 공단 지역 전철역 구로공단역은 가산역으로,

가리봉역은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수색역은 디지털 미디어시티역으로

과거의 이미지를 털어내며 '첨단', '디지털', '세련'의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동네 이름, 아파트 이름,

사람 이름 가릴 것 없이 세탁과 성형을 해댄다.


이름 세탁, 이름 성형을 한다.


사람 이름을 바꾼다고 인성이 바뀌지 않듯이

동네 이름이나 아파트 이름을 바꾼다고 지성(地性)이 바뀌지 않을 텐데도 바꾼다.

바뀐 사실을 모르는 누군가는 또 속지 않을까?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누구나 더 젊어 보이고 싶고, 더 예뻐 보이고 싶어 한다.

진시왕도 불로초를 찾아다녔지만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버렸다.

젊은 시절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주체 못 하던 댄스 가수는 늙고 초라한 중년이 되어 있고,

여심을 흔들어놓던 젊은 오빠 DJ들은 병마와 싸우다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

몸도 사랑도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건강도 모두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끝은 있다.

한계점이 넘어서기 전까지만 관계가 유지될 뿐, 그 이후에는 꽉 움켜쥔 모래처럼

놓치지 않으면 힘을 쓰면 쓸수록 손가락 사이로 모두 다 빠져나간다.


그때서야 외형과 물질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정신적 풍요로움과 흔들리지 않는 멘털과

평화로움을 찾고자 할 때는 살짝 늦은 감이 있을 수도 있다.


막걸리 한 잔을 앞에 두고 친구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와인 한 잔을 같이하며 '쉽게 돈 버는 이야기'와 '남의 험담' 이야기 말고

'세상을 살면서 가져야 할 철학',

'힘들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보는 방법'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에 대한 경험치나 사례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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