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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Oct 01. 2022

뒷담화

백 바이팅, 비밀은 없다.


그 사람 모르게 헐뜯는 행위



면전에다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는 이야기를 '면전에 대놓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말이냐에 따라 폭행이 발생할 수도 있고, 큰 소리가 날 수도 있다.

자기를 무시했다는 말을 했다고 살인 사건까지 난다.

'말'이 가지는 '힘'은 엄청나다.

'뒷담화, 험담'은 왜 할까?


1) 스트레스가 풀린다.  

    누군가를 험담하는 순간 정신적 쾌감을 느끼고 그 사람을 씹고  뜯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그 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만족감을 느낀다.

2) 도덕성을 검증한다. 

    그 사람이 도덕적 문제가 있음을 분명하게 하고 자신은 그와 같은 도덕적 문제가 없음을 재검증

    한다(자기 자신은 그러지 않았는지 재검증한다.).

3) 심리적 단결력이 생긴다.

    특정 대상에 대해 험담(비난)을 하면서 같은 구성원들과 심리적 단합, 친목이 만들어진다.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의 동료, 상사, 부서장, 임원진, 사장에 대한 욕을 하면 시원하다.

면전에서 대놓고 하지 못할 뿐 동료와 시원한 맥주에 오징어 안주를 씹으며 상대방 

욕을 하는 것만큼 시원한 스트레스 풀이는 없다. 

게다가 앞에 있는 동료와 공감대가 생성되면서 끈끈한 친목까지 생긴다.


세상을 바라보는 쉽고, 자극적이며 강렬한 방법은 흑과 백의 논리로


이분법으로 보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을 아군과 적군, 반으로 나누면 쾌감이 생긴다.

누군가를 내 편 또는 남의 편,

직원 편 또는 사장 편,

아부로 살아남는 편 또는 실력으로 살아남는 편,

이렇게 두 편으로만 ‘규정’하거나 ‘낙인’ 찍는 순간 머릿속에선 짜릿한 '인지 쾌락'이 발생한다.

이것은 나 스스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사람에 대한 통찰력’을 가졌다고 착각해서 발생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긴 친목에 '함정'이 있다.

같이 모여서 험담을 실컷 했는데 며칠 지나면 그때 했던 이야기들은 모두 당사자에게 들어간다.


당사자한테 들어간다.


험담을 하는 건 좋은데 아이러니하게 그런 내용은 꼭 흘러 들어간다.


왜 들어갈까?


적은 가장 가까운 데 있다.

'당신이 이런 사람이라고 OOO은 생각하더라.라고 하는 고급 정보'를 당신보다

더 큰 권력이 있거나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고 당신을 팔아 환심을 사 본인만 살아남고자 한다.

아니면 당신만 앞에 있는 상대방이 험담 대상자보다 더 친하다고 착각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오죽하면 머리 검은 짐승은 믿지 말라는 말이 있을까.


사회 초년생이면 험담을 나누고 맞장구를 쳐주는 앞의 상대방과 쉽게 친밀감을 느끼며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된다. 그때 나눈 이야기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게 흘러 들어간다면 셜록 홈스처럼 

누구를 통해 들어갔는지 여러 정황과 시간대별 구성, 추리를 통해 범인을 밝혀내고 범인을 적으로 간주한다.


사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피아 식별을 여러 단계에 걸쳐서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어서 신중한 반면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여러 번 실패해야 피아 식별 경험치가 쌓인다.


통찰력이라는 건 없다.

누군가가 그럴 줄 알았다는 때늦은 추정, 

누군가를 예측하고 꿰뚫어 보았다는 뿌듯한 자부심, 

아군과 적군을 식별한다는 통찰력은 마음속으로만 생각해야 한다.


적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오래전 직원 30명 정도의 작은 회사에 다니던 친구가 해준 이야기다.


작은 회사라 해외 영업을 담당하는 김주임이라는 여성과 동료 사이로 친해져

회사 이야기도 하고, 회사 사장 욕도 하고 지냈었는데 

어느 날 이탈리아의 한 협회에서 회사 쪽으로 상장을 수여한다며 방문을 요청했고

수상 목적으로 회사 사장과 김주임은 일주일 동안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장이 그를 불렀다.

'너 내가 이러이러하다고 했다면서?'라고 김주임과 둘만 같이 나눴던 이야기를

모두 다 하면서 친구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말을 듣고 김주임한테 '왜 사장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요?'라고 말했지만 김주임은 발뺌했다고 했다. 

친구는 처음 겪는 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뒤늦게 상황에 대해 추리를 한 결과를 말해줬다.


1) 유럽에서 동양에 있는 작은 회사를 어떻게 안다고 상을 줄까?

2) 상을 받는 일이 뭐 그리 큰 일이라고 회사 여직원과 둘이 출장을 갔을까?

3) 회사 여직원과 출장을 가면서 비용 정산을 하다 보니 호텔방은 1개만 예약했을까?

4) 비행기 시간이 안맞았다면서 여직원과 10일 정도의 유럽 출장이 업무목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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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김주임은 회사 사장의 내연녀였던 것이다.

바보 같은 친구는 자신보다 조금 더 혼나는 김주임한테 연민을 느꼈지만 

더 혼내는 것 또한 회사 사장과 김주임의 의도된 연출이었다.

순진했던 내 친구, 그 일로 많이 성장했으리라 생각한다.



뒤통수는 아는 사람이 친다.

누군가한테 하는 뒷담화는 반드시 들어간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벚꽃주, 스타주(커피주), 시나주(시나몬주)에

숙성되는 감귤와인, 포도와인, 블랙베리 와인 그리고

필라우스 맥주까지 익어가는 향기에 공방 문을 열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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