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경제학
10원짜리 동전의 제작비는 20원
현재 10원짜리 동전은 지름 18mm, 무게 1.22g이고 제작비는 액면가의 두 배인 20원이다.
그래도 2006년에 동전 제작 성분을 바꾼 덕분에 이 정도가 된 거지 1996년 10원짜리 동전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지름 22.86mm, 무게 4.22g이었다.
무게가 지금보다 약 3배가 넘었고 80~90년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동전 제작에 사용된
구릿 값이 비싸지는 바람에 동전을 모아서 녹여서 파는 화폐 훼손 범죄까지도 기승을 부렸다.
예전엔 동전 지갑이 거의 필수품이었고,
남성들은 호주머니에 모인 동전을 드르륵 밀어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넘쳐나는 동전에 교실 한 귀퉁이에서는 홀, 짝을 맞추는 짤짤이 놀이를 했었고,
예비군에 가서는 선을 그려놓고 동전을 던져 선에 가장 가까이 붙인 사람이 동전을 모두 다
갖는 벽치기 놀이도 했었다. 빨간 돼지저금통에는 온 식구들의 동전이 모였고, 돼지를 잡는 날에는
부자가 된 느낌으로 피자 한 판을 시켜먹었다.
요즘은 대중교통부터 편의점까지 카드가 안 되는 곳이 없으니 더더욱 동전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
신사임당 5만 원권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액면가가 너무 높아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던 결과가 현실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동전을 발행, 유지, 관리하는데만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왜 동전을 없애지 못할까?
그렇다면 왜 현실적으로 필요성이 떨어지는 동전을 없애지 못할까?
현재도 동전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쓰이고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집안에서 잠자고 있는 동전의 규모가 400~500억 원이다. 이 동전들을 모두 다 은행으로 회수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기대만큼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둘째, 동전을 없애게 되면 뒷자리가 절삭된다.
예를 들어 기존의 1,490원 하는 제품의 가격이 1,500원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 금리, 환율 3중고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동전까지 없애게 되면
사회 경제적으로 높아지는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셋째,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계층에게 사각지대가 생긴다.
카드는 통장에 있는 현금만큼 쓸 수 있는 체크카드가 있고 신용카드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산자나 신용불량자뿐만 아니라 여러 계층에서 카드 발급이 불가해 현금만 사용하는 계층이 있는데 동전을 없애면 정부가 이들의 경제활동을 막는 셈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학생들이 버스를 타며 현금을 내고서 사람들이 쳐다봐서 부끄럽다며 거스름돈을 받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누가 학생들을 이렇게 가르쳤을까?
아직까지 돈 10원짜리 한 번 벌어본 적도 없는 학생들이 부모님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매일 직장, 사업장에서 남의 비위를 맞춰가며 힘들게 벌어다 준 돈의 소중함과 귀함을 모르고 거스름 돈을 받지 않는다니.
남의눈을 의식하면서 받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나이라고 이해하기엔 선을 넘은 것 같다.
100원 100개가 모이면 1만 원이 된다.
좋은 대학의 경영학과, 경제학과 입학하면 없던 경제관념이 생길까?
문제는 우리가 학생들에게 돈의 값어치, 돈의 가치, 돈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어쩌면 우리조차 부모 세대로부터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건 아닐까.
작은 돈이 모여 목돈이 된다.
목돈이 돼야 시드머니(seed money)가 되고 투자금이 되고,
투자금이 현금 체인, 현금 파이프 라인을 만들어준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은 한 한순간에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작은 습관과 노력이 부자를 만든다.
자녀가 부자가 될 수 있게 오늘 한 번 물어보자.
'버스 탈 때 혹시 현금내면 거스름돈은 꼭 받아라.'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