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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Jan 17. 2023

95도짜리 술, 에버클리어

삶이 영구 삭제되는 술

막걸리를 증류하면 소주가 되고

맥주를 증류하면 위스키가 되고

와인을 증류하면 브랜디가 된다.


인류는 수 천년동안 자연스럽게 알코올(에탄올)을 마셔왔지만 메탄올이 발견된 건

1661년으로 인류 역사에서 보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 에탄올(C2H5OH)은 마실 수 있지만 메탄올(CH3OH)은 독극물이다.

에탄올 '에칠알코올'이라고 하고 메탄올은 '메칠알코올'이라고 한다.


공업용 용매로 사용되기에 공업용 알코올이라는 다른 이름도 가진 메탄올은 시신경을 파괴시켜 영구 실명을 유발한다. 순수한 메탄올 15mL는 치사량으로 간주된다.

메탄올은 섭취 후 10~30시간 이내 시야가 흐려지거나 또는 시력이 완전하게 상실되거나 너무 과다한 메탄올을 섭취하면 호흡 부전(不全, 호흡이 불완전한 증상)으로 사망하게 된다.


메탄올은 독극물이다.


에탄올과 메탄올은 둘 다 자극적인 알코올 냄새와 화끈한 맛을 가진 무색의 액체로 둘 다 물에

쉽게 녹는 친수성이 좋아 물과 쉽게 혼합되는 성질이 있고 모두 불에 잘 타는 가연성 물질이다.


자극적인 알코올 냄새

무색투명의 액체

친수성이 높아 물과 혼합이 잘됨

불에 잘 타는 가연성 물질


다만 끓는 온도가 에탄올은 78.3도, 메탄올은 64.7도로 다르다.

※ 독극물인 메탄올의 끓는점이 더 낮기 때문에 증류주 만들 때 처음에 나온 증류액(초류, 初溜)은 버리고 78.3도 이후의 중류(中溜)를 취한다. 에탄올은 쉽게 분해되는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환되지만 메탄올은

포름알데히드로 분해되기 때문에 독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가 '술'이라고 부르는 에탄올은 당 성분(설탕)을 효모가 대사 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어 와서 인류가 오랜 옛날부터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이용해 왔다.


에탄올은 살균 기능도 있어서 식당에서 남은 소주로 테이블을 닦는 데도 이용하고 수술용 기구의 소독에도 이용된다. 재미있는 것은 실수로 메탄올을 마신 환자의 해독제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에탄올(에틸알코올)은 메탄올과 같은 독성은 없지만 '향정신성 특성' 즉, 취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중추신경계를 억제해서 이미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적당하게 풀어지는 이완감을 느끼게 하며

비틀거리는 균형 장애, 느린 반사속도와 갈증(탈수), 집중력 저하를 일으킨다.


메탄올은 독극물이다. 실수로 인체 내에 흡수될 경우 포름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변환되기에 사망할 위험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포메피졸(Fomepizol)이라는 해독제를 투여한다. 포메피졸을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량의 에탄올을 투여해서 치료한다.
sterimaxinc.com


멕시코에는 테킬라라는 술이 있다.

테킬라를 만들 때도 메탄올은 천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허용되는 최대량은 3g/L(1리터당 3g)로 정해져 있다.

★ 시판되는 모든 증류주에는 최소량의 메탄올이 들어있다.


곡물로 만든 '에버클리어'라는 술은 미국의 luxco(럭스코)라는 회사에서 제조하는 술이다.

이 술은 세상에서 가장 독한 곡물로 만든 술로 무려 95도짜리 술이다.

불이 붙을 수 있는 최소 도수를 100(proof)라고 한다.
100 프루프 원액을 물과 1:1로 섞는다면 50 프루프가 된다.
알코올 40%라고 하면 80(proof)다.
nytimes.com

190(proof)의 도수로 와인병 크기에 약 $20 가격으로 '순수한 하얀 악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11개 주(하와이,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아이오와, 미시간, 뉴욕 등)에서는 유통, 판매가 모두 불법일 정도로 최강의 알코올이다. 버지니아주에서는 이 술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라벨에는 '주의: 극도의 인화성'이라고 적혀있는 그야말로 테러에 사용 됨직한 무기급이다.

당연하지만 스트레이트로는 먹을 수가 없어서 칵테일로 다른 술과 섞어서 마신다.

만약 이 술을 소량이라도 스트레이트로 마신다면 급성 알코올 중독이나 사망할 수 있다.

에버클리어는 희석되지 않은 92.4%의 순수 에탄올이기 때문에 세제나 소독제로도 사용된다.




제조사마다, 제품마다 다르긴 하지만

시판되는 막걸리는 보통 6%,

소주는 17%,

와인은 13%,

맥주는 5%,

위스키는 35% 정도의 알코올 함유량이다.

95%짜리 에버클리어에 비하면 순수한 영혼 같은 느낌이다.


막걸리 원주에 물을 희석시키고

알코올 주정에 물을 희석시킨 술을 미안하게도 우리들은 한국의 술이라며

마시고 있다. 단 한 번만이라도 한국의 전통주나 맥주, 와인을 만들어보면

우리가 그동안 브랜드에 속아 쓸데없는 돈을 지불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반드시 넓은 마당과 차고가 있어야만 술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산술공방의 장비와 기구를 사용해 술을 빚어 댁에 가서 발효시킨 후 드시는 진짜 술을 알고 있으시고 또 사랑하시는 분들이 다.

바쁘시겠지만 언젠가는 한 번쯤 도전해 보시길......

저처럼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찾으실 수도

있을거라 감히 장담한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reference image : https://diywithevercle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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