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팬으로 인정받기 참 어렵다
덕질은 정보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정보를 얻기 위해 팬카페 가입은 필수다. 물론 카페가 아닌 다른 채널을 활용하는 팬덤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SNS 활동이 활발하지도 않고 공식 팬카페에서 팬들과 소통을 하기 때문에 가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슬프게도 카페에 처음 가입하면 볼 수 있는 게시판이 몇 개 없다. 그래서 준회원으로 등업을 해야 하는데 등업 조건이 꽤 까다로웠다. 게시글 15개, 댓글 30회와 가입 후 특정기간이 지나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해 본 적도 없고 뉴스에 댓글도 남기지 않는 내가.. 어떻게 글 15개를 쓸 수 있을지 너무 막막했다. 나보다 먼저 아이돌 덕질을 시작한 친구는 글 쓰는 거 별거 아니라며 "그냥 쓰면 된다"고 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거의 매일 글을 올렸다. 드라마와 영화를 본 감상 후기와 차기작에 대한 기대평, 그 외 그냥 내가 덕질을 하며 느낀 일상의 감정을 썼다. 그렇게 한 달이 흘러 준회원이 되었다!
감격도 잠시, 정회원이 되기 위해선 게시글 40개와 준회원의 배이상 되는 댓글을 작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등업 신청 시 작성해야 하는 질문들도 상당히 고난도다.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지 않는, 꼭 작품을 봐야만 알 수 있는 아주 세세한 것들이다. 처음에는 많이 난감했지만 결국 드라마를 다 돌려보며 답을 찾아냈다. 그리고 '내가 쓴 글' 개수가 40개가 되어 기쁜 마음으로 등업 신청을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등업 실패. 알고 보니 내게 보여진 40개라는 개수는 한 줄 인사까지 포함된 거였다. 그런데 등업의 기준에 들어가는 게시글은 게시판에 여러 줄로 작성한 찐 게시글만 인정되는 거였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글을 올리다 보면 온라인상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낯가림이 심한 나는 온라인에서도 낯을 가린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텍스트로 소통해야 하는 게 여간 서먹한 일이 아니다. 난 그저 내가 좋아하는 배우 덕질만 하고 싶은건데 팬들 사이에서 사회생활도 해야 하다니. 역시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는 건가 보다.
처음 등업을 위한 활동을 할 때는 매일 치러야 하는 미션이 있는 게 나쁘지 않았다. 무료한 일상에서 할 일이 생긴 것 같았고 작은 성취감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쯤 왔을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걸 알게 되니 조금 지치는 것 같다. 그래도 정회원이 되어야 배우님이 쓴 글을 읽을 수 있고, 우수회원까지 되면 나중에 있을 팬미팅에 우선 참여권이 주어진다니 이 또한 해봐야지. 나 자신, 포기하지 말고 파이팅하자. 고진감래라고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