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두 달 만에 소원성취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일을 한다. 팬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예전부터 쌓인 필모도 많고 앞으로 볼 것들도 계속 생긴다. 이렇게 열일을 해주시는 덕분에 본격 덕질 두 달 만에 실물을 영접할 기회가 생겼다. 진짜 꿈이야 생시야!!
난 지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연예인은 TV 속 사람일 뿐이지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서울에 살다 보니 길에서 우연히 연예인을 보기도 하고 내가 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공연이나 대외 행사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래서 덕질도 하려면 서울에서 해야 하나 보다.
어제는 영화 제작보고회가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인터넷 기사로만 봤던 제작보고회를 가게 된 것이다. 일반 관객이 참석하는 시사회나 무대인사는 가봤어도 취재진이 대부분인 이런 행사는 처음이다. 전날 밤엔 유독 잠이 안 왔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모든 상황을 대비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사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인받을 사진도 준비하고 네임펜도 챙겨야지. 카메라 플래시 안 터트리고 찍는 게 잘 나오겠지 등등 리스트업 하기도 힘든 온갖 상황을 상상하고 준비했다. (다른 걸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이하 생략)
D-DAY. 행사가 열리는 용산 CGV까지 가려면 경의중앙선을 타야 한다. 그 호선은 환승 구간도 길고 배차도 길어서 일부러 여유롭게 나갔다. 극장에 도착해서 티겟을 받고 카페에서 커피와 베이글도 하나 먹었다. 이 상황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다들 출근한 평일에 나는 영화관에서 커피를 마시고 심지어 사랑해 마지않는 우리 배우님을 본다니!! 과장 조금 보태서 정말이지 감격스러웠다. 그렇게 입장해서 1시간 남짓 배우님의 실물을 영접했다.
오히려 전날은 설레어서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렇진 않았다. 너무 집중을 하기도 했고 워낙 사진과 영상을 많이 보다 보니 이미 너무 잘 아는 얼굴과 피지컬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나도 내가 미쳐 팔짝 뛸 줄 알았는데 덤덤해서 놀랐다. 그리고 행사가 재밌었다. 사회는 박경림님이셨는데 매끄럽고 재치 있게 진행해 주셔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출연 배우들끼리도 친한 게 느껴져서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되게 딱딱한 분위기 일 줄 알았는데 제작보고회가 원래 이렇게 재미있는 건가 싶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크게 느낀 게 있다. 취재진 뿐만 아니라 나처럼 이벤트 당첨자로 보이는 분들도 큰 카메라나 전문 장비들로 사진을 찍었다. 나는 고작 기본 dslr과 구닥다리 폰뿐이었는데 말이다. 집에 와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고 좌절했다. 모든 게 장비빨이라고 하질 않나. 덕질도 내 최애 취미 생활인데 어느 정도 장비 투자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합리화인 건 알지만, 그래도 할 때는 확실하게 최선을 다 해야 후회가 없으니까.. 오늘부터 렌즈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