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덕의 하루

바쁘다 바빠

by 삼로로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유튜브를 켜고, 다음으로 팬카페와 인스타그램에 들어간다. 입덕하지 않았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루틴이다. 먼저 유튜브에 들어가서 내가 올린 영상의 조회수를 확인한다. 그다음 팬카페에 들어가 최신글을 본다. 하나하나 꼼꼼히 읽기보다는 내가 자는 동안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온 건 없는지 후루룩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배우와 관련된 콘텐츠를 본다. 우선 아침에는 이렇게 대충 훑어보고 하루 중 수시로 이 루틴을 반복한다.


입덕 후 매일이 행복했지만 최근 가장 기뻤던 일은 팬카페 정회원이 된 것이다. 이게 뭐라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을까? 아마 배우가 직접 쓴 글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동안은 함께 응원하는 팬들과 소통했다면 이제 그 배우가 쓴 글을 볼 수 있다. <FROM.OO>이라는 게시판에는 지금껏 보지 못한 그의 셀카, 반려동물 사진, 안부 글이 있었다. '카페 회원수가 1000명이 넘어서 행복하다'는 글, '다 같이 식사라도 해요'라는 글. 이제는 보기 힘든 데뷔 초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이 길지도 않고, 빈도가 잦지도 않지만 그래도 십몇 년 전부터 최근까지 올린 그의 글을 보며 매체로는 볼 수 없었던 모습, 차가워보이지만 마음은 따스한 그의 성격을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혼자만의 내적 친밀감도 더 생기고.


늦덕인 만큼 봐야 할 것들이 많은데 그것을 일명 '필모 깨기'라고 한다. 이제 10년 이내 출연작들은 거의 다 본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오래전 드라마는 안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 최애 배우만 보고 싶은데 비중이 적은 조연인 경우, 출연하는 그 잠깐을 보려고 드라마 전체를 보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한 회 차에 1시간이 넘고 부작도 요즘보다는 많아 시간 더 많이 든다. 그럼에도 보긴 봐야 한다. 옛날거라 클립 영상이나 몰아보기도 없으니까.


추석 연휴의 마지막날인 오늘은 서울의 어느 극장에 다녀왔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아니고 최애 배우가 출연한 영화 이벤트존을 보기 위해서다. 한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극장에서 사진 5분을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찌 보면 되게 허무한 일인데 그렇다고 괜히 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방에 살아서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분들도 많은데 나는 서울에 있어 가볼 수 있다는 거 자체로 감사한 일이니까.


늦덕이라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게 많은데 그중 가보고 싶은 곳 하나가 생카(생일카페)다. 덕질을 한다는 게 이렇게 온/오프라인으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건지 몰랐다. 혼자 인터넷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좋아하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몸소 깨닫는 중이다. 그리고 다시금 직장이나 공부를 병행하며 덕질하는 팬들에 대해 리스펙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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