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산으로 갑니다

귀여운 동물들도 많거든요

by 삼로로

2014년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유해진 배우는 "날 위로해주신 국립공원 북한산에게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남겼다. 어떤 기자들은 엉뚱하다며 기사를 냈지만 내게는 그 어떤 수상소감 보다 멋지고 인상 깊었다. 나도 만약 어떤 상을 받게 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힘들 때나 기쁠 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준 아차산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입추가 지났지만 여전히 덥다. 30도만 돼도 "오늘 날씨 선선하다"라고 말하는 요즘. 이틀의 한번 꼴로 아차산에 간다. 정상까지 가기 힘든 날에는 산 밑의 둘레길이라도 걷는다. 꽤 오래도록 운동을 안 하다가 산에 오르니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 작년만 해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올랐던 산인데 요즘은 5분만 걸어도 쉬어야 한다.



너무 많은 등산의 장점

등산로 초입에서는 노래도 따라 부르고 가사에 빠져서 감상에 젖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걷다 보면 음악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걷는 것 자체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하고 있던 걱정이나 고민을 잊게 된다. 언젠가 아는 동생이 "등산이 왜 좋아요? 어차피 내려올 건데?"라며 물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좀 난감하다. 첫째, 등산의 좋은 점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점을 말해도 "성취감 때문이네요? 뿌듯하니까?" 이런 식으로 한마디로 정의하려고 한다. 즉 장점이 후려쳐진다고 할까? 두 번째는, 사람마다 좋다고 느끼는 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나에게 등산은 내 노력만큼 결과가 나와서 좋다. 세상에는 내 노력만으로 안되는 게 훨씬 더 많은데 등산은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오르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그래서 직접 타봐야 안다. "산 가봤는데 별로던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첫 고비를 이겨내고 다니면서 재미를 찾으면 그 어떤 운동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단 걸 알게 된다.


동물로 힐링은 덤

산에는 이상하리만치 고양이가 많다. 천적이 없어서 그런 걸까? 이 높은 데까지 어떻게 올라오게 된 걸까? 궁금한 게 많지만 알 방법도, 물어볼 곳도 없어서 항상 궁금증으로 끝난다. 얼굴도 색깔도 다 다른 이 아이들은 시내에 있는 애들보다 훨씬 더 경계심이 적다.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사진을 찍을 때도 귀여운 자세 그대로 있어준다. 그리고 마른 애들을 못 봤다. 꽤 통통한 걸로 보아 누가 밥을 챙겨주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모두가 다 먹을 순 없을 텐데 대체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제발 청설모나 다람쥐를 잡아먹지는 말아 줘..



며칠 전에는 장수풍뎅이도 봤다! 어릴 때 키워본 적도 없고 실제로 야생에서 본 것도 처음이라 신기했다. 처음에는 가만히 있더니 계속 지켜보니까 천천히 움직였다. 조금조금씩 움직이는 게 너무 귀여웠다. 다른 곤충들은 싫은데 얘는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근데 사진에는 제대로 담기지가 않아서 아쉽다. 그렇게 장수풍뎅이를 보고 걸어가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나뭇가지가 우두두두~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어서 위를 올려다봤더니, 작은 생물체가 호다다닥 달려가는 것 아닌가. 바로 청설모였다. 이번 등산에선 유독 많은 아이들을 만나서 즐거웠다. 힐링의 시간!



등산 모임 가입이라니

낯 가리는 내가 아는 사람 1명 없는 쌩 초면 등산 모임에 가입했다. 산을 안 탄 지 너무 오래되어 혼자서 산으로 가기까지의 동력이 부족한 것 같다. 예전처럼 주말마다 여러 산으로 다니고 싶은데 겨우 힘을 내도 아차산 밖에 가지 못하는 나를 바꿀 계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사람들과 간다는 약속이 되어 있으면 다른 산도 가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아직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실제 참석은 못했지만 9월부터는 꼭 함께 산타는 것에 재미를 붙여봐야겠다. 체력도 키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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