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배려와 여유가 느껴지는 나라, 스웨덴
육아휴직을 처음 시작하며 육아가 너무 막막해서 너에게 SOS를 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었는데… 내 기준에서는 육아전문가인 너 역시도 이제 현실이 점점 더 느껴진다라고 하니, 부모로서의 삶의 무게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네가 말한 것처럼 육아휴직을 처음 시작했던 5개월 전보다는 확실히 여유가 있어진 느낌이야. B가 어린이집 생활에 적응을 하고 친구도 생겨서, 이제 어린이집에 데려가는 게 일단 쉬워졌고, 육아휴직 중이라 특별한 일이 없어서, 집안일과 우리 가족의 미래와 행복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가 좀 생긴 것 같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지금 육아휴직을 하고, 육아휴직 기간 동안 한국이 아닌 스웨덴에서 B와 아내와 함께 생활하고 있잖아. 가장 큰 이유는 수면 장애가 심했던 B가 좀 더 익숙한 환경에서 조금 더 빨리 치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야. 물론 깨끗한 공기와 여유로운 자연환경도 큰 이유였지만 말이야. 스웨덴에서 작년까지 5년간 생활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일만 했던 아빠라서 스웨덴에 대해서 많이 알지도 못했고 느끼 지도 못했었어.
결론적으로는 한국이 아닌 스웨덴에서 B를 키우면서 수면장애도 고치고, B가 학교에서 친구도 사귀고 스웨덴어에 약간 자신을 갖게 되면서 많은 것들이 여유로워졌기 때문에, 스웨덴에 온 것은 잘한 선택인 것 같아. 그리고 내년에 한국에 돌아가서 복직을 해야 하겠지만, 스웨덴에서의 삶 역시도 고민 중이야. 확실히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인 것 같아.
사실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기 때문에, 회사 다닐 때만큼의 소득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많이 아껴가며 쓰고 있는 중이야. 그래도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스웨덴의 비싼 물가 대비 상대적으로 장바구니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집에서 많이 해 먹고, 오히려 여기는 유기농 식자재가 저렴해서 유기농으로 집밥을 많이 해 먹으니, 요리 실력도 늘고 건강도 더 좋아지는 것 같아. 수영장 역시 저렴해서 한 달에 약 4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수영장을 매일 다니고도 있어서, 오히려 생활의 질이 좋아지는 느낌도 들어. 골프 역시도 한국보다 말이 안 되게 저렴해서 일하느라 못 쳤던 골프도 조금씩 쳐 보고 있단다. 오히려 한국이었으면 너무 비싸서 시도도 못했을 거야.
나야 이제 스웨덴 생활 6년 차라, 많은 부분에서 익숙해서 크게 어려움이 없는데,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는 스웨덴의 문화나 방식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불편하고 어려울 수 있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모든 행정 절차 진행이 느리고 답답하다는 거야. 나 역시도 처음에는 이러한 부분에 전혀 적응을 하지 못했어. 아마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는 없는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정말 우리나라는 대단해. 모든 행정절차가 느리기 때문에 초기 정착 시에, 비자 문제나, 은행 계좌 만들기, 집 구하기 등등 많은 부분에서 많이 불편함이 있을 수 있어. 게다가 스웨덴은 스웨덴어를 사용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영어를 모든 국민들이 잘 하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스웨덴어로만 서류가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초기에 자리 잡을 때 불편한 게 많아.
언어는 참 중요한 부분인데, 한국에서 한국어만 사용했던 아이가 크면 클수록 외국에 와서 새로운 언어를 학교에서 접하게 되면 어려움이 큰 것 같아. 혹시라도 이민 계획이 있다면, J 가만 6세가 되기 전에 이민을 진행해 보는 걸 추천하고 싶어. 보통 유럽에서는 만 6세부터 Pre school이라고 해서 예비학교 1년 과정을 거쳐서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데, Pre school에서 언어와 친구를 미리 좀 사귀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금세 적응할 것 같아.
사실 언어는 아이보다는 어른들이 문제지.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적응을 확실히 빠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나 역시도 아직 스웨덴어를 전혀 하지 못해서 불편하거나 민망할 때가 많거든. 그래도 스웨덴은 다행히 인구의 20% 이상이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 이나영 어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적대적이 느낌이 적은 편이야. 처음부터 스웨덴어를 배울 필요는 없고, 영어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혹은 자신감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 최근 들어 스웨덴에도 외국인 직원들이 많이 늘어나고 국제기업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영어가 대표 언어인 회사들도 계속 많아지는 추세야.
일하는 환경은 확실히 스웨덴이 한국보다는 노동자 중심으로 잘 만들어져 있어서 일하는 기본적인 환경이나 제도들은 좋아. 하지만 외국인이고, 외국에서 일을 처음 하기 때문에 언어 및 문화의 차이로 어려움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일은 원래 힘든 거 아니겠니^^금방 적응될 거야. 내가 영어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혹은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고 얘기를 했냐 하면, 사실 언어도 일을 잘하기 위한 도구잖니. 객관적으로 조금 부족한 영어라도 일을 잘 수행하고 동료들과 무리 없이 커뮤니케이션하면 오히려 영어 실력은 실제로 일을 하면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너뿐만 아니라 제수씨(J 엄마)도 함께 영어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스웨덴은 영어를 다들 잘하고, 외국인 비중이 높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관대해. 그리고 영어권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완벽한 영어 (문법 등에서) 를 사용하지 않고, 서로 소통이 되면 문제가 없어. 오히려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영어권 나라에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아웃사이더가 되기 십상이겠지만, 오히려 스웨덴은 그런 면에서 영어에 대해서는 덜 두려워해도 될 것 같아.
네가 만약에 이민을 준비하게 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열심히 너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Job을 스웨덴 혹은 네가 가고 싶은 나라에서 찾아봐야 돼.
그리고 너와 제수씨 두 사람이 모두 그 나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기회가 된다면 육아휴직을 한 달만 내고, 한 달이라도 그 나라에서 한 번 살아보라고 (한 달 살기) 얘기하고 싶어. 여행과 사는 것은 정말 다르기 때문에, 한 번쯤 이민을 가고픈 나라에서 힘들더라도 한 달 이상 살아 보는 걸 나는 강추한다. 그렇게 되면 조금 더 그 나라로의 이민에 대한 확신이 들 거야.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거든. 이젠 가족이 있기 때문에, 나, 아내, 그리고 아이까지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가족 모두의 직접적인 경험과 어느 정도의 확신이 필요해.
너희 가족이 스웨덴에 관심이 있다면, 내가 여기에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스웨덴에도 한 달 정도 와보는 걸 나는 추천해. 그리고 가능하면 한 다리 건너서라도 아는 지인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 사실 타지에서 맨땅에 헤딩은 정말 어렵지 때문에,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 큰 도움이거든.
스웨덴은 아이를 위한 배려와 여유가 정말 느껴지는 나라야. 부모로서 참 감사한 일이지. 떼를 쓰거나 우는 아이가 있어도 웬만하면 다들 이해를 해주고, 어딜 가든 아이와 노약자 중심으로 배려를 해 주니까 말이야. 어린이집 생활 역시, 무언가를 배운 다기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야외활동으로 열심히 뛰어놀고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여유롭게 진행되는 것 같아 좋아. 나 역시도 한국의 교육과정을 거쳐 왔지만, 우리 때보다도 우리 아이들 세대는 정말 치열하고 어렵잖니. 우리 부부가 대단한 교육관이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아이답게 더 많이 뛰어놀고, 그렇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환경,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여유가 아이를 키우기에 정말 심리적으로 안정적으로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스웨덴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하다가도, 한국에서의 네가 느끼는 현실의 무게가 사실 나에게도 당장 내년부터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라 나 역시도 마음이 무겁다.
B가 스웨덴에서 태어나서 줄곧 스웨덴에서만 어린이집을 다녀서, 한국의 어린이집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 한국의 어린이집은 어떤 분위기야? 혹시 내가 내년에 한국에서 복직을 하게 되면 한국 어린이집을 보내야 되는데, 내가 미리 준비해야 할 게 있을까? 그리고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부터 미리 알고 있으면 좋을 것들이 있으면 말해줘!
친구야. 우리가 처음 만난 그때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항상 밝게 웃는 너의 환한 미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단다. 육아에 지치고, 일에 떠밀려도 너의 그 밝은 미소가 계속 너에게 머물 길. 입장이 조금 바뀌어 육아 고수인 너에게 위로를 감히 육아 초보인 내가 보내줄 수 있어 친구로서 행복하다. 오늘 밤도 J와 함께 평안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