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내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마흔을 꿈꾸다
한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뉴스 기사로만 어렵다고 알고 있었는데 너의 설명을 들으니 이제 제대로 이해가 된다. 내년에 우리 가족도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니 한국의 어린이집 / 유치원도 미리 준비를 좀 해야겠어. 나 역시도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지만, 회사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고 해서 가능성이 낮을 것 같기는 해.
그나저나 J와 네가 직장 어린이집을 다니며 정말 만족해하는 걸 꽤 오랫동안 흐뭇하게 지켜봐 왔는데, 회사가 갑자기 사옥을 옮기게 됐다니… 정말 당황스럽겠다. 이런 상황들이 생기면 정말 오히려 회사나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어쩔 수 없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아무쪼록 최대한 J와 너, 그리고 제수씨 모두가 최대한 평안한 방법으로 잘 해결되길 바란다.
마흔… 서른이 될 때 내가 벌써 서른이구나 라고 생각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우리는 마흔이 훨씬 더 가까운 나이가 되었구나. 사실 육아휴직을 하고 생각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많아져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아내와 함께 많이 하고 있어. 사실 지난 10년 동안 열심히 회사를 다니는 게 최선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아. 회사에서는 주재원을 나가면 성공하는 코스라고 꼭 나가야만 할 것 같았었어. 그래서 아내는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를 따라와서 강제적으로 경력단절 여성이 되었지. B를 낳고 5년 만에 다시 일을 알아보려고 하니 많이 어려워하는 눈치야.
사실 육아휴직을 썼던 이유 중에 하나가, 아내가 무언가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이기도 했었어. 아무래도 그동안을 독박 육아를 하느라 뭔가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1년간 육아를 더 많이 도맡아 담당하고 아내가 공부든 취업준비든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 그래서 아내는 공부도 하고 이것저것 준비를 해 보고 있는 중이야. 물론 뭔가 아직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시작을 했고 마음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 같아 일단 마음이 좋아.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이제 가족 구성원이 많아지게 되니,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삶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만 하게 되는 것 같아.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집의 가장이자 외벌이 돈줄(?)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것을 내 커리어 중심으로 생각했었거든. 이제 우리는 백세 시대를 살아가게 될 거라고 하는데, 나 말고 아내도 그리고 아이도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계획을 같이 세워 나가야 하는 것 같아.
나는 마흔을 이렇게 준비해 보려 해. 먼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내가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해 줄 거야. 그리고 나 역시도 그동안 부족했던 공부나 미래 구상을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 1,3,5년 플랜 정도를 짜서 플랜에 맞춰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배우거나 도전해 보려고 해. 내 인생에 육아휴직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 최대한 이 기간 동안 많은 고민과 생각을 통해서 우리 가족의 미래 계획을 함께 짜 볼 생각이야.
그리고 B가 생각보다 빨리 크고 있어서 조만간 엄마 아빠보다 친구들이 좋아지는 시기가 빨리 올 것 같아. 그래서 이렇게 아이가 엄마 아빠를 최고의 친구로 생각해 주는 시기 동안에는 일을 너무 크게 늘이지 않으려고 해. 대신 아이와 있어주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져보려고 해. 시간이 흘러서 지금의 나를 떠올렸을 때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생각했을 때,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함께 많이 있어주지 못했던 게 커리어 개발을 더 열심히 하지 못했던 것 이상으로 후회될 것 같아. 대신 일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몇 년 뒤에 아이가 이제 부모의 품을 떠나 친구와 사회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는 시기에는 내가 시간이 더 많아질 테니, 아마 사십 대 초반이 되겠지. 그때 내가 해보고 싶은 일들을 더욱 열정적으로 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열심히 체력 관리와 그때 해보고 싶은 일들을 지금부터 미리 조금씩 준비해 보려 해. 미리 씨앗을 좀 심어 두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을 때 최대한 수확을 할 수 있도록 말이야.
사실 이러한 계획은 이상적인 거지. 쉽지 않아 물론. 우리 나이가 어디 일을 적게 할 시기이니. 회사에서도 최대한 뽑아먹으려고 안달 내는 시기이기도 하고, 우리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후배들에게 밀리기 쉬운 시기잖아. 하지만 그럼에도 나 스스로가 좀 더 독하게 마음먹고 가족과 최대한 함께 하는 삶을 이 시기에 더욱 가져야 정말 나중에 후회를 하지 않을 것 같아.
앞으로의 1,3,5년 플랜이 세워지면 너에게도 공유를 해 줄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 강연 등과 같은 일에 대해서 조금씩 씨앗을 미리 뿌려놓으려고 해. 이런 일들도 조금씩 꾸준히 쌓아 가다 보면 언젠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
J 아빠. 너희 부부는 계속 맞벌이를 해 오고 있잖아. 사실 내가 보기엔 네가 많은 부분에서 정말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데, 너도 사람인데 힘들 거잖아. J 엄마에 대해서 육아에 대해 서운하거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말이야. 하지만 너의 부부는 항상 만날 때마다 화목하고 좋아 보여. 물론 두 사람 다 성품이 온화하고 밝아서 그럴 수는 있겠지만, 나는 너의 독박 육아와 직장생활을 보면 정말 네가 부처처럼 보일 때가 있단다. 사실 나도 아내와 육아로 인해서 서로 서운하거나 불만이 생길 때가 많아. 너희 부부는 보통 육아에 대해서 서로에게 서운함이 있거나 불만이 있을 때에는 어떠한 식으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니? 둘 다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는 맞벌이 부부가 서로 다투지 않고 화목하게 육아를 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단다. 좋은 팁들이 있으면 좀 알려줘! 나도 아내와 육아로 인해 부딪힐 일이 생길 때 써먹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