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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강산갈래 Feb 14. 2023

I'll be back...soon...

(미국 고교야구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규칙 – 2)

이 글은 코치라운드 제47호에 수록된 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두 종류를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야구와 축구라고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은 공통점이 정말 없는 운동이다. 전자는 점수를 내기 위해 선수가 직접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면, 후자는 공을 일정한 선 너머로 보내야만 한다. 전자는 작은 공을 특정한 도구로 쳐서 빈 공간에 보내는 것이 공격의 방식이라면, 후자는 선수와 선수에게 공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공격한다. 전자는 주어진 공격 기회를 모두 소진했을 때 경기가 끝난다면, 후자는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끝난다. 


 정말 같은 점을 찾아보기 힘든 이 두 운동 사이에 정말 희미한 유사성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선수 교체에 대한 부분이다. 두 스포츠 모두 한 번 교체되어 벤치에 앉은 선수가 다시 그 경기에 뛸 수 없다. 다른 인기 종목인 농구, 배구, 하키, 미식축구 등은 선수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경기장과 벤치를 오가면서 한 경기를 뛸 수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야구와 축구는 한 번 교체 아웃은 그날의 끝을 뜻한다. 

이 스포츠가 야구라면 4번 선수는 씻고 집에 갈 일만 남았다.


 하지만 미국 고등학교 야구에서는 교체 아웃이 곧 퇴근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떠한 선발 선수든 한 번 교체되어 벤치로 들어가더라도, 이후 언제든지 다시 한 번 경기에 다시 나설 수 있다.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미국 고교야구의 특이한 규칙, Re-entry Rule 덕분이다.


 Re-entry Rule. 한국어로는 재출장 규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야구계에서 이 규칙은 정말 낯선 규칙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KBO가 발행한 공식야구규칙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프로야구, 아마추어야구, 사회인야구가 진행되는 만큼, 공식야구규칙에서 다루지 않는 재출장 규칙이 우리나라 야구판에서 설 자리는 사실상 없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교체된 선수가 한 번만 다시 경기에 출장할 수 있는 규칙이다. 



NFHS Baseball Rules Book

3-1 SUBSTITUTING

ART. 3... Any of the starting players may be withdrawn and re-entered once, including a player who was the designated hitter, provided such player occupies the same batting position whenever the player is in the lineup. 


3-1 선수 교체

3조... 지명타자를 포함해 선발 출장한 어떠한 선수든 교체될 수 있고 한 번에 한해 다시 출장할 수 있다. 다만 원래 그 선수가 라인업에서 차지했던 타순에만 들어갈 수 있다. 


 그렇다. 미국 고등학교 야구에서는 선발 출장한 선수가 경기 중반 교체되어 나갔더라도 다음에 언제든지 다시 출전할 수 있다. 고등학교뿐만이 아니라 리틀리그(Little League)를 비롯한 유소년/청소년 야구에서는 선발 출장한 선수에게 재출장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이 규칙은 미국 유소년/청소년 야구가 공식야구규칙이 아닌 자체적인 규칙을 제정할 때부터 있었던, 실로 오래된 규칙이다. 우리나라 공식 야구규칙 5.10(a) "한 번 경기에서 물러난 선수는 그 경기에 또 다시 출전할 수 없으나"라고 명시된 것과 확연히 반대되는 내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규칙을 살펴보자.


NFHS Baseball Rules Book

3-1 SUBSTITUTING

ART. 3... A substitute who is withdrawn may not re-enter.


3-1 선수 교체

3조... 교체 출장한 선수는 교체된 후에 재출장할 수 없다.


 앞서 (1)편에서 언급한 지명주자의 경우, 교체 출장이라는 모습을 띠고 있지만 사실은 전문 주루 요원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경기장과 벤치를 오갈 수 있다. 하지만 벤치에서 선발 출장한 선수를 대신해 경기를 출전한 선수는 만약 자신의 교대 상대인 선발 출장 선수가 다시 경기에 나선다면 오늘의 임무를 마치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후공팀 Beta 고등학교 감독이 4회말 2사 상황에서 1루수 3번타자 B3(선발)의 타석에 B3A 선수를 대타로 출장시켰다. B3A가 아웃을 당하면서 이닝이 종료되었고, 공수교대 시간에 Beta 고등학교 감독은 B3A를 3루수로, 3루수였던 5번타자 B5를 1루수로 수비 변경을 했다. 6회말 무사 주자 23루 상황, B3A 타석이 돌아왔을 때 Beta 고등학교 감독은 대타 B3B를 내보냈고, B3B는 2루타를 쳐내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감독은 B3을 2루주자로 재출장 시켰다. 


 이 모든 상황이 미국 고교야구에서는 허용된다. 선발이었던 B3은 비록 B3A와 교체되었지만, 재출장할 권리가 남아 있다. B3A 자리에 B3B가 들어왔더라도, 같은 타순(3번 타순)에 들어가게 된다면 어느 상황에서든 재출장할 수 있다. B3는 변경된 수비 위치에 맞춰서 1루수 5번타자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3번 타순"에만 재출장할 수 있다. 


 투수의 경우는 조금 복잡하다. 만약 선발투수로 라인업에 등재된 선수가 최소 한 타자를 상대하지 않고 다른 선수와 교체되었다면, 그 선수는 이 경기에서는 다시 투수로 등판할 수 없다. (3-1 SUBSTITUTING ART. 1. PENALTY: If the starting pitcther does not face one batter, that player may play another position, but not return to pitch.) 


 예를 들어보자. 선공팀 Alpha 고등학교의 선발투수 A1이 6번 타순에 위치해있는데, Alpha 고등학교 감독이 1회초 2사 만루에 6번 타순에서 대타 A1A를 내보냈다. A1A가 삼진 아웃으로 이닝이 종료되었다. 

            1) A1이 1회말 투수로 등판한다. 

          2) 1회 말, A1 대신 A1A가 투수로 등판한다. 

(NHFS Baseball Case Book SUBSTUTUTES RE-ENTERING 3.1.2 SITUATION C)


1)의 경우, A1은 정상적으로 재출장한 것으로 간주하며 선발투수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그리고 A1A는 오늘 경기에 다시 나설 수 없다. 반면에 2)의 경우 선발투수 A1이 최소 한 타자를 상대하지 못하고 내려간 것이기 때문에 A1은 오늘 '마운드에' 다시 올라설 수 없다. 만약 Alpha 고등학교 감독이 A1의 재출장을 원한다면, A1은 투수가 아닌 다른 야수로만 경기에 재출장할 수 있다. 이 상황 모두 A1은 6번 타순에 위치한다. 


 이 규칙의 존재 의의는 NHFS Baseball Case Book에 단도직입적으로 쓰여있다.


NHFS Baseball Case Book

SUBSTUTUTES RE-ENTERING

3.1.3 SITUATION B:

COMMENT: This is an excellent rule because it provides more players an opportunity to partcipate. 


교체 - 재출장

3.1.3 상황 B:

주: 이 규칙은 많은 선수가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에 훌륭한 규칙이다.


 그렇다. 사례집에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재출장 규칙의 의의는 많은 학생 선수가 경기에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수비력이 부족하거나 공격력이 부족해 선발로 출전하기 어려운 선수가 재출장 규칙 덕분에 잠깐이나마 경기에 일부분이 될 수 있다. 혹은 선발 선수가 피치못할 사정으로 잠시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경기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지난글에 이어 이번 글에서도 미국 고교야구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교체 규정에 대해서 소개했다. 지난글에서는 11번째 혹은 12번째 선수에 대해서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선수를 필요한 순간에 편하게 투입할 수 있는 규칙을 알아봤다. 실제 현장에서는 지난글에서 언급한 지명 주자 제도만큼 재출장 제도도 많이 활용된다. 간신히 출전 선수 명단을 꾸리는 팀이라면 이 규칙을 잘 활용하지 못하지만, 벤치에서 대기하는 선수가 많은 팀은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선수에게 출전 경험을 심어주고 팀의 구성원이라는 마음가짐을 키워준다. 


 어른들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야구를 보거나, 팀을 운영하거나, 심판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학생 선수들에게 야구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3년이라는 시간은 짧고, 그사이에 치를 수 있는 경기의 숫자는 무한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장에 나와 있는 매 순간이 학생 선수들에겐 소중하다. 어른들의 역할은 (그리고 규칙을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의 역할은) 선수들 가슴 속에 따뜻한 추억 한 조각이 생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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