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최첨단 제로에너지 빌딩의 탄생과 유여곡절
나는 미국계 CM & Engineering 회사인 WSP/Parsons Brinckerhoff 소속으로 이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이자 친환경 계획을 담당하였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건물 자체에 대한 전시 공간이고, 이미 인터넷에 이 건물에 관한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그래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내용 위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프로젝트의 시작:
2007년 오세훈 시장이 재임 시절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를 방문하고 에너지 자급자족 건물에 깊은 인상을 받고 우리나라 미래 주택의 표본이 될 최첨단 제로에너지 하우스의 건립을 서울시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에 계획하였다.
그 당시 우리는 자급자족 건물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부족하여 독일의 Fraunhofer Institute for Solar Energy Systems ISE에서 컨셉설계를 수행하였고 Design Localization은 국내 B 설계회사에서 수행하였으나 설계에 많은 오류가 있어 프로젝트가 1년여 동안 중단되었다.
서울시청의 요청으로 Parsons Brinckerhoff와 Fraunhofer가 중단된 프로젝트를 재개하였다.
제로에너지 빌딩이란?
제로에너지 빌딩란: 건물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소비된 에너지보다 크거나 같은 건물을 지칭한다.
zero-energy, net-zero, energy-zero, zero-net 등 모두 같은 개념이다.
제로에너지 빌딩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 번째 방식은 Public Power Grid와 연결되어 있는 방식으로 건물 내에서 생산된 잉여 전기를 Power Grid에 보내주고 필요시 다시 받는 방식이며, 또 다른 방식은 Public Power Grid에 연결되지 않은 방식으로 잉여 전기의 발생 시 축전지에 전기를 비축해 두었다가 필요시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서울 에너지드림센터는 건물 내에 축전지가 설치되지 않은 Power Grid와 연결된 방식이다.
연간 에너지 사용 예측 및 계산이 Key-Point
제로에너지 빌딩 설계에 있어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은 건물의 연간 에너지 사용 예측이다. 에너지 사용 예측에는 컴퓨터 에너지 시뮬레이션이 이용된다. 이 과정에서 건물 운영에 관한 많은 가정들이 만들어지고, 건물 외피의 에너지 손실 및 시스템의 에너지 사용 예측을 위해 아주 복잡한 계산이 수행된다. 하지만 설계의 오류, 시공의 오차, 건물 운영의 불확실성 등의 여러 제약으로 인해 정확한 에너지 사용량 예측은 불가능하며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에너지드림센터의 경우 전시시설이기 때문에 관람객 수 예측이 무척 힘들었고 제로에너지 빌딩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마이너스 에너지가 어떤 상황에서도 돼서는 안 되었다. 결과적으로 너무나 큰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태양광 패널이 좀 과도하게 설치가 되었다.
제로에너지 설계 프로세스:
1. 건물의 매스가 정해지고 외피의 스펙이 정해진다.
2. 기후조건 실내 부하 조건 등을 가정한다.
3. 건물 운영 조건을 가정한다.
4. 건물의 부하가 계산되고 필요한 최적의 시스템 용량이 산정된다.
5. 최적의 시스템을 선정한다.
6.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예측한다.
7. PV 패널 설치 용량을 산정한다.
8. PV 패널의 연간 전기 생산량이 건물 시스템의 연간 전기 소비량보다 큰지 확인한다.
에너지드림센터 적용 기술:
1. 건축적 요소: 고기밀 외피, 고성능 단열재, 고성능 창호, 자연채광, 외부 전동 블라인드
2. 시스템적 요소: 폐열 회수 환기시스템, Turbo 냉동기, Adiabatic 냉각, 지열 히트 펌프, 자동 조명제어 시스템, LED 조명
3.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에너지 (PV Panel), 지열에너지
우리나라에서는 지열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에 속한다. 내 소견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 지열에너지는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고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조건을 제공하는 데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로 간주하는 건 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자연채광 디자인:
에너지드림센터 중앙에 중정이 설치되어 있다. 중정의 주 용도는 자연채광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데에 있다. 중정의 설치로 인해 조명부하는 줄어들지만 냉난방 부하는 상승될 수 있다. 어떤 것이 적합한 선택인지는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에너지드림센터의 형상은 바람개비 모양을 하고 있다. 외피는 듀폰사의 코리안이라는 하얀 인조 대리석으로 마감되었다. 이 마감재를 선택한 이유는 태양빛을 날개 모양의 하얀 벽에 반사시켜 실내에 최대한 유입 시기기 위함이다.
친환경 건축물 인증 및 건물에너지 효율등급 관련 이슈들:
에너지드림센터는 녹색건축 우수등급과 건물에너지 효율등급 1등급 인증을 취득하였다.
이 건물은 우리나라에서 가강 진보한 친환경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최우수 등급을 취득하지 못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의 불완전함과 버짓의 한계에 있었다.
아무리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시스템이라도 국내 공식 인증을 받지 않은 수입제품들은 에너지 효율성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에서 점수를 많이 받을 수 없었다.
최우수 등급 취득을 위해 육생비오톱 및 수생비오톱을 고려했었지만 제한된 버짓으로 인해 포기되었다. 형식적으로 설치되는 무의미한 것들이기에 결과적으로 잘 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최소한 우수등급 획득을 위해 아쉬운 결정사항들이 몇 가지 있었지만 그 당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1. 좁은 실내 공간에 설치된 실내조경: 거주자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조경이 아닌 오로지 점수 획득을 위해 설치되는 것이라면 지양되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타이트한 점수 상황으로 인해 3층에 설치된 실내 조경은 안타까운 선택이었다.
2. 실내 소음측정: 실내 소음측정은 친환경건축물 인증 항목 중에 하나이다. 왜 이 항목이 애초에 포함되었는지 여기서 따지지는 않겠다. 일반적으로 인증 취득 시 Buffer 점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내가 선택했던 항목들 중에 하나였다.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은 단열 및 기밀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외부 소음의 실내 유입이 적을 수밖에 없다. 디퓨저나 기계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음은 친환경 하고는 상관없이 당연히 최소화되어야 하는 것이고 소음 측정 시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소음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3. 자연지반 녹지율: 에너지드림센터는 월드컵 공원 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녹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부지 경계를 어디까지 선택하냐에 따라 녹지율 조절이 맘대로 가능한 상황이었다. 미국의 LEED에서는 녹지가 자연지반인지 인공지반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진정한 친환경은 Urban Renewal이라고 생각한다. Urban Infill 프로젝트의 경우 자연지반 녹지 크레딧 획득이 무척 힘들다. 따라서 이 항목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4. 건물 운영유지관리 매뉴얼: 보통 건물이 준공되면 건설사는 건물 운영유지관리 매뉴얼을 짜깁기해 발주처에 납품한다. 진정한 에너지 효율적 건물은 우수한 시스템의 설치뿐만 아니라 시스템 간의 Integration이 필요하고 적어도 한 사이클의 Test Operation을 통해 Calibration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만들어진 매뉴얼이 얼마나 효용 가치가 있겠는가?
또한 건물에너지 효율등급 1등급을 취득했지만 본인증 평가서에 의하면 에너지드림센터의 연간 1차 에너지 소요량은 53.5 kwh/m2이다 (300 kwh/m2 이하 시 1등급). 일반 건물의 경우 이 수치는 우수한 에너지 효율적 건물임을 나타내지만, 이 건물은 제로에너지를 달성하는 건물이기 때문에 0 kwh/m2 가 달성돼야 정상이다.
나는 이런 결과를 미리 예측했지만 목표인 1등급 인증을 획득하는 것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에너지 소요량 숫자 결과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았고 본인증 절차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결과가 나왔던 이유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1. 단열재의 경우 두 개의 다른 테스트 기관에서 발급한 시험성적서가 있어야만 한다. 에너지드림센터의 중정 벽에는 진공단열재가 설치되어 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 진공단열재는 신기술이었으며 시험성적서를 한 개의 기관에서만 받은 상태였다. 시간이 촉박했었기 때문에 또 다른 테스트를 진행할 수 없었다. 따라서 건물에너지 효율등급 시뮬레이션상에 중정 부분에 단열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측정되었다.
2. 에너지드림센터엔 여러 최첨단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최첨단 장비에 대한 Parameter를 인증기관에서 사용하는 계산법에는 적용할 방법이 없다. 어떻게 가정을 하고 측정을 하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증기관 관계자들이 많은 애를 먹었을 것이다.
By Samuel_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