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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신 Jan 27. 2021

내 글이 책에 실리다

많은 학생들에게 나의 글을 소개해준 성공

 ‘서적이나 회화 따위를 인쇄하여 세상에 내놓음’


 사전에 나와 있는 출판의 의미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쓴 글이 책으로 인쇄되어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출판이라는 것은 작가들에겐 꿈이자 성공일 것이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 나도 내가 쓴 글이 책으로 출판되는 것을 상상했었다. 수백 명, 수천 명에게 나의 글이 읽히는 큰 꿈을 가지기 전이었지만 글을 쓰는 것 자체로 나는 행복했고 행복한 마음으로 쓴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 학교 내에서 동아리 활동집을 만들어 책으로 인쇄해서 준다는 이야기를 선생님께 들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동아리에도 들어갔고 글쓰기 대회에도 참가했다. 토론 동아리, 영자신문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2학년 때에는 글을 쓰는 자율동아리를 만들어서 많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2학년 때 참여했던 자기소개서 대회에서는 입상을 하면 다른 수상자들의 글과 함께 수상집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상을 받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글을 책으로 받아보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글을 썼던 것 같다. 나의 이야기를 많은 고민을 통해서 쓴 결과, 나는 나의 글을 책으로 받을 수 있었다.


 2년 동안의 토론 동아리 활동에서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주제를 바탕으로 다소 딱딱한 글을 썼다. 그 당시 이슈가 되었던 교육, 정치, 경제, 산업에 대해서 친구들과 토론을 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여 적은 글을 책에 실었다. 길지 않은 짧은 글이었지만 친구들과 토론을 하면서, 그리고 선생님의 첨삭을 받으면서 우리가 쓴 글을 보완하여 선생님의 도움으로 ‘토론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라는 활동집을 책으로 냈다.


 영자신문 동아리에서는 모든 활동이 끝나면 영자신문을 잡지 형태로 인쇄하여 각 교실에 3부에서 4부 정도를 준다고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내가 쓴 글을 전교생들이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주 설레는 마음으로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단순히 기사를 쓴다는 것에 설레었다기보다 내 기사가 책에 실릴 수도 있다는 것이 나를 더 설레게 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주제로 글을 썼다. 2014년에 열렸던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의 이유에 대해서 인터넷으로 조사한 후 글을 썼고 학교에서 열렸던 스포츠 클럽 활동에 대해서 취재를 하고 직접 설문조사를 한 후 통계자료도 기사에 실었다. 원래 무언가를 발로 뛰면서 조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가 쓴 기사가 책에 실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러한 마음을 이긴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쓴 2개의 기사가 신문에 실리게 되었고 그 신문은 잡지 형태로, 책처럼 각 교실의 책꽂이에 꽂히게 되었다.


 그리고 2학년 때 했던 자율 동아리에서는 아주 많은 글을 썼다. 친구들과 Make Our Own Note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만들어 한글과 영어로 글을 쓰는 활동을 했다. 우리는 우리의 꿈과 버킷리스트에 대해서 적었으며 인생 영화를 소개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와 관련한 마케팅도 소개했다. 선생님께서 다른 동아리 친구들이 쓴 글과 함께 책을 낸다고 하셨기 때문에 더 꼼꼼하고 더 완성도가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글과 관련된 사진들도 예쁘게 정리해서 글 속에 담았고 좀 더 있어 보이려고 전문용어도 적었던 것 같다. 1년간의 활동 끝에 다른 동아리 친구들의 글까지 포함하여 400쪽이 넘는 책이 출판되었다. 이 두꺼운 책에 나의 글이 실렸다는 것, 뿌듯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총 5권의 활동집을 출판하였다. 내가 쓴 글이 실린 책들을 직접 보니 베스트셀러를 출판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정말 작가가 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의 글만 실린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출판사에서 출판한 것도 아니었고 많은 사람들이 아닌 많지 않은 나의 고등학교 학생들만 읽었던 책을 출판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쓴 글이 그냥 종이 몇 장에 인쇄되어 나온 것이 아닌 우리가 생각하는 책처럼 나오고 그 책에 나의 이름, 나의 글이 실린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 아니었나 싶다.


 처음으로 나의 글이 실린 얇은 첫 책들은 작가가 된 것 같은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준 조그만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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