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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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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초 Sep 05. 2022

앞모습만 중요한 사람

어제 사람 구경 하고 오늘 쓰는 전 날 일기 (1)

어제 사람 구경 하고 오늘 쓰는 전 날 일기 (2)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횡단보도 불이 바뀌길 기다리는데 내 앞에 머리를 한 묶음으로 땋은 여자가 서 있었다. 머리를 풀어헤치면 머리 끝이 어깨선 보단 아래고 쇄골보단 위일 것 같았다. 그냥 포니테일로 질끈 묶기엔 충분하지만, 땋기엔 모자란 길이다. 머리가 다 삐져나올게 분명하다.


내 앞에 있는 그 여자도 머리가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땋은 채로 유지된 숱이 2/3, 바깥으로 튀어나온 숱이 1/3. 머리를 땋아 묶었으면서도 푼 상태나 다름없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풀린 잔머리가 얇은 장막처럼 날렸다.


왜 새로 묶지 않았을까. 저 정도면 흩날리는 머리칼에 목이나 귀가 간지러울 텐데. 뒤통수에 눈이 달려있지 않아도 머리가 다 풀렸다는 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여자를 앞질러가며 뒤를 돌아봤다. 뒤통수는 엉망인데, 앞모습은 의외로 멀끔했다. 그래서 몰랐구나.


사람은 남들에게 자주 보이는 곳을 더 신경쓰게 된다. 보통은 그게 앞모습이다. 가까이 마주치거나 대화할 때 주로 서로의 정면을 보니까. 내가 아는 사람들의 절반이 유튜브 영상 속에 있는 요즘은 더 그렇다. 셜미디어가 아직 3D 아닌 2D만 지원하다 보니, 웬만한 사람들은 다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한다. 시청자에게 한쪽 면만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건 옆 아닌 앞모습이어야 할테니까.


정면으로만 보던 유튜버가 가끔 고개 돌려 옆모습을 보이 어색하다. 못생겼다는 게 아니라 그냥 생소하다. 그 여자의 뒷모습도 그랬다. 인스타그램엔 깔끔한 앞모습을 찍은 사진만 올렸겠지. 봉두난발이 된 뒷모습을 우연히 목격하는 건, 공연장을 헤메다 하필 들어간 곳이 남의 인생 백스테이지인 것과 같다. 서로 당혹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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