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노동이 남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발견

천진암 생활 53일 차, '부각 강의를 거들며'

by 산처럼

참 감사하게도 부각이라는 한국 전통 간식을 만드는 강의에 스태프처럼 스님을 도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스님의 요청사항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함과 속 터짐을 유발하기도 했으나, 다만 제가 잘해야 할 것은 조심스레 '스님 이거 말씀하시는 거 맞을까요? 이거 가져오면 될까요?'라고 더 물어보는 '정확함을 추구하는 자세'임을 깨닫습니다. (물론 스님의 속 터짐으로 파생된 다그침에 2차 정신적 데미지를 입을까 쉽게 여쭙지 못하던 마음이 꾹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만)


아침 7시부터 준비한 강의가 오후가 되어 다 마무리될 때, 참석해주셨던 분들이 '힐링을 받았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눈물까지 흘리는 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스님을 모시기에는 그릇이 작은지 바라고 요청하시는 부분들을 놓칠 때가 있으나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채워나가니, 사람들에게 감사와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 뿌듯합니다.


내내 뛰어다니고, 설거지하고,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일들을 해치우고 나서도, '아 내가 스님의 요리에 보태는 손길이 그분들이 기쁨을 만나고, 고된 삶이 조금은 녹아내릴 수 있게 가치를 드릴 수 있구나' 깨닫게 된 날.

내가 하는 일이 남의 마음에 고통을 줄이고 기쁨의 눈물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고되게 느껴지던 이곳에서의 생활이 조금은 더 좋아졌습니다.

너무나 솔직할 수도 있는 글이지만, 거짓 없는 마음으로 써야 진짜 글이라는 마음으로 써봅니다.


함께 해주신 분들께 말씀드리진 못했지만, 제 작은 손길들을 알아봐 주시고 감사해주신 분들께

제가 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