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에 알맞을까 싶어 방문했던 고산
자연을 사랑하는 자립농, 그곳에 모여 잡초 하나도, 흙 한 줌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모이는 이유. 나는 궁금했다 어째서 ‘완주 고산면’에 자연농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는지를. 어떻게 귀농귀촌 홍보 팸플릿에 ‘자연농’ 농부님을 멘토로 지정해놓고 있는지가.
유기농이나 친환경 얘기를 꺼내면 불편해하는 목수일은 그만뒀다. ‘생태건축’, 그럴싸한 말들에 나는 진정으로 생태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곳인 줄 알았으나 나 살기 급급할 뿐, 남의 삶과 세상의 아픔을 보듬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고 느꼈다. 비닐, 플라스틱을 써내는 모습. 새참이면 올라오는 여러 음식들. 그 음식들에는 수많은 생명과 흙, 가치소비 등을 찾기 어려웠다. 채식, 유기농과 친환경을 이야기하는 내가 입맛이 까다롭다는 등, 별걸 다 신경 쓴다는 등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그곳을 나와 완주로 오니 너무 큰 기쁨에 적응이 안 될 정도. 생태적인 삶을 내 땅에 혹은 함께 하는 밭에 실행하는 청년들, 한국의 자연 농부들만 조사하러 다니는 청년들. 재능을 기부하거나 갖고 있는 물건을 화폐처럼 사용해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해보자는 뜻을 받아들이는 공동체. 차로 이곳저곳에 실어다 주어 아무런 계산 없이 나의 방문을 이끌어주시던 청년들.
그곳이 너무나 신기했다. ‘어째서 완주는 자연 농부를 멘토로 지정해 귀농귀촌 홍보 팸플릿에 내놓았을까? 어떻게 자연 농부를 취재하려 하는 청년들을 전주시는 금전적으로 지원해줄까? 대체 이런 진취적인 발걸음을 어떻게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거지?’
영월 상동읍에서 ‘다품목 소량생산’을 한다거나 퍼머컬처로 농장을 운영하려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면 손사래를 치거나 수익성이 없는 농사를 하려 한다는 등 지자체 분들로부터 찬밥 대우받던 것에 비한다면, 그리고 청년이라면 눈뜨고 찾아볼 수 없었던 일에 비한다면, 너무나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만나는 청년들마다 자연농, 생태적 가치, 퍼머컬처, 지역문화 등을 개발하는 데에 뜻을 두고 있는 이들이었다.
어째서 이곳은 생태적 가치를 지닌 청년들을 이렇게 지원해주는가
어째서 이곳은 생태적 가치를 갖고 있는 사람들만 모이기 시작하는 걸까
완주 고산은 내게 연고도 없는, 내 인생에 잘 알지도 못하던 곳.
어제오늘 이곳에서 보낸 수많은 기쁨들과 감동, 즐거움으로 나는 선뜻 약속해버렸다. 꼭 이곳에 다시 오겠노라고.
물론 사람과 지역은 1박 2일로 단맛을 느꼈다며 좋은 곳이라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사계절을 지나고, 긴 시간을 보내봐야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많은 경험들이 그랬으니까.
양평에 귀농귀촌 청년 장기교육이 있어 다시 서울로 향하지만, 내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이들이 있는 이곳에 나의 농장을 갖는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앞으로 무수히 찍을 수많은 점 중 하나를 이곳에 남겨본다.
양평도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의 식수원이 되는 팔당호가 있어 친환경 특구로 지정된 곳. 쉽게 더럽힐 수 없는 곳이기에 나의 결, 가치관과 맞지 않을까 생각해보지만 뭐든 두고 봐야 할 일.
꼭 다시 보면 좋겠다고 바라시는 모습들.
그리고 잘 돌아가라며 농부님이 남겨주신 여비에 담긴 농부님의 마음이 아직도 마음에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