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입니다 Jul 04. 2022

양평에서 귀농청년 장기교육을 시작하다

꽉 찬 귀농교육, 친환경 특구 양평이라 양평 수미마을 청년장기교육 #1


양평군. 흥미로운 곳이다.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팔당호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친환경을 할 수 밖에 없단다. 내 주 활동지인 성북구에서도 가까운데다 경기도권이라 가만히 눈여겨 보고 있던 중. 마침 귀농 귀촌 종합센터에서 나같이 귀농을 바라는 청년에게 500시간 동안 교육을 제공해 주는 기회가 눈에 포착됐다.

신청기간은 많이 지났다. 하지만 기회는 문을 두드리는 자에게 오는 법. 여행에서 기회를 잘 얻는 방법은 '한번 물어보자' 임을 알기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을 드렸다. 다행히 아직 마감이 되진 않았다.


그렇게 찾아온 양평 귀농 청년 장기교육. 귀농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A부터 Z까지 알려주고 가르쳐주는 기회. 지금 이 자리에서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 전국 단위 교육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교육을 다 마쳐도, 꼭 양평에서 귀농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가서 뿌리를 내려도 괜찮다고 한다.



중간에 농약 치는 일을 실습해야 하는 게 벌써부터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약을 치는 일은 흙은 물론이거니와 나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니. 그 억센 잡초를 죽이는 게 인간에게 이로울 리가 없다. 그리고 흙에 뿌려진 약이 땅 밑으로 스며들어 빗물로 하천으로 흘러가는 걸 생각한다면...


하지만 내가 한국의 삶 속에서 느낀 건 100% 내가 바라는 일만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 내가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길 때 잡초를 잡는 일도, 농약을 치는 일도 아예 안 할 수 있을 테니. 내게 아직 내 농장이 없는 시점에서는 남이 이끄는 대로 조금은 흘러가는 게 필요한 걸까.


내 농장을 갖게 되면 약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하고 싶거늘...


내가 기댈 곳은 시간 말고는 없구나.


어쨌든 오늘은 토지법을 배울 수 있었다. 농부로서 배워야 할 토지법. 농부가 되려면 하우스도 지을 수도 있고, 꿈에 그리던 흙집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퍼머컬처든 자연농이든 인간의 투입을 최소화한 숲이든 밭이든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나의 토지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한민국 영토 위에 있는 땅 중 내 땅으로 삼기 좋은 땅을 법적 용어를 이해해가며 알 수 있어야 한다. 오늘 하루 꼬박 배웠던 시간들 중 핵심이 되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토지법을 안다는 건, 내게 경제적 가치를 줄 수 있는 땅을 알아보는 눈을 갖는다는 뜻이다. 판단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
 개발이 쉬운 땅일수록 그 가치가 높다. 반대로 규제가 심한 곳일수록 가치가 낮다.
'토지이음' 이라는 앱을 활용하면 원하는 땅의 표시사항(땅의 지목이 뭔지, 어떤 법에 제한을 받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건축물, '부동산' 이란 정착해 있는지, 지붕이 있는지, 벽과 기둥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고로 뽑아내 다른 곳에 설치할 수 있으므로 건축물이 아니다. 고로 건축법과 상관없다.
 도로는 반드시 4m 이상이어야 한다. (건축법)
 용적률과 건폐율이 높은 곳에 내 땅을 갖는 것이 여러 사업을 벌이기에 유리하다.



끼니와 잠도 해결하면서, 농부로서 꼭 알아야 할 점들을 배울 수 있으니 아 이 기회 참 귀하다.

다만 위에서 말했듯, 조화로운 삶의 스콧트 니어링이나 자연농법의 후쿠오카 마사노부 님까지는 아니더라도 생태적 삶을 따르고 싶은 나로서는 앞으로 있을 농약 실습, 예초기 실습 등 관행농에서 꼭 한다는 실습들이 걱정스럽다.


그래도 부자는 잃는 게 아니라 얻는 것에 초점을 두고 감사한다고 하니, 배우는 점들에 감사해야 할까. 아아.



여기 있으면서 계속해서 어디에 정착하는 게 나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 주에 월 화 수만 진행되는 교육이기에 나머지 목금토를 보다 생태적인 기술을 채울 수 있는 순간들, 농장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될 시간들로 채워나가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알고 봤더니 양평 수미마을은 제법 유명한 체험마을인가 보다.


식사를 챙겨주시는 이웃 주민 어머님께 여쭤보니 두둑에 약을 치면 군에서 사람이 와서는 못 치게 한단다.


양평의 친환경에 대한 노력과 미담은 많이 나온다. 마치 내가 이곳에 뿌리를 내려보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을 조금은 들게 하는 점들이 간혹 보인다만, 결정은 최대한 나중으로 미루고 냇물 속 다슬기가 움직이듯 찬찬히 결정을 미뤄봐야겠다. 또 설레발일까 부끄러우므로.



때가 되면 알아서 알게 되겠거니




매거진의 이전글 고산이 나의 터가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