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나 Jan 18. 2022

오후의 빛

정오부터 해가 질 때까지의 동안의 햇살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의 결


꽤 오래, 많은 시간을 헤매이면서

종종 시간이 너무도 빠르다는 생각을 했다.

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도리어 맹목적으로 뛰었던 날들.

혹시나 뒤를 돌아볼세라 그리워지면

고개를 털어내며 억지로 잠을 청하던

수많은 모든 순간들에

언제나 오후의 빛이 드리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날은 언제였을까.

겨울이 오는 것을 차가운 바람의 냄새로 알듯,

내가 있어야 할 시계는 분과 분,

초와 초 사이의 어떤 한순간이었다는 것을

장마의 계절, 쏟아지는 비 속에서 알았던 것 같다.




무심코 발걸음을 멈추었던 그때.

늘 소란스럽던 세상이 온 울음소리로 가득하던,

나는 온전히 비와 비 사이를 그 거센 울음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던 그날.

이윽고 소낙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추어 올 때에

빛과 빛에 어우러져 흐르는 시간의 결을 발견했던 그날에.


해가 느릿느릿 서산을 넘어갈 때 즈음

온 세상은 빛으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색으로 빛난다.

여느 때보다도 분주한 그 시각에

빛은 느긋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얼굴 옆면을 흐르는 빛,

당신의 발끝에 맺힌 해의 흔적이

어느 때보다도 선명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 순간,


-오후의 빛.

@sana.anyways

사진 @pixaba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