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한 지 15년이 흘렀다.
그 사이 결혼도 하고, 두 명의 딸을 둔 가장이 되었다. 그러나 월급쟁이처럼 연차에 따라 호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기에, 경제적으로는 더 궁핍해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상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며, ‘더러운 세상! 나에게도 기회를 줘!’라고 욕을 하고 싶지 않다.
눈앞의 돈만 쫒지 않겠다는 것은, 나의 목표와 계획에 따른 나의 선택이니까. 아마도 아직 내가 부족해서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은 것일 테니까.
그런데, ‘눈 앞의 돈만 쫒지는 않을 거야’라는 말은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말이지. 남이 나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기에, 가끔 ‘예술가니까 돈은 생각하면 안 되는 것 아냐? 돈 생각하면 예술가가 아니잖아.’라는 말을 남이 할 때면 좀 씁쓸하다.
세상 사람들이 예술가에 대한 편견이랄까, 착각이랄까 하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예술가는 본인 스스로 돈이 아닌 예술을 선택했기에 가난해도 참고, 그 자체를 낭만으로 즐겨야 한다.”라거나 “돈을 좇으면 예술이 안되지. 그냥 장사지.”등의 편견이 그것이다.
물론 무소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예술가의 꿈은 ‘돈’을 포함한 예술적 성공이다.
예술가의 꿈은 ‘돈’을 포함한 예술적 성공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좀 더 좋은 집에서, 가족들 고생 안 시키고, 편안하고 즐겁게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가난은 낭만은 있을지 몰라도, 불편하니까.
특히 가난은, 경제적으로 집중을 못하게 만들기에, 창작 활동에 엄청 방해가 된다.
그래서 예술을 정말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솔직히 그 누구보다 경제적인 자유를 (그 기준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원할 것이다.
무명의 낭만은 낭만일 뿐, 목표가 아니니까 말이다.
그 뒤에 성공이란 꿈이 있으니까 아름다울 뿐이다.
그럼 분명히 사람들은 또 말한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어떻게 성공할 건데? 배고픈 예술을 선택했으면서, 욕심 아니야? 베짱이는 굶어야지.”라고 말이다.
내가 선택한 것은 꿈이지, 열정 페이가 아니다
예술가라면, 가난을 낭만으로 여기며 웃어야 한다는 시각이 문제인 이유는 이런 시각이 바로 열정 페이의 시작이고, 저작권 침해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네가 좋아서 선택한 일을 배우면서, 감히 돈도 벌려고 하는 거야?
네가 만든 작품, 무명이니까 돈 안 받더라도 많이 알려지면 좋은 거잖아?
벌써부터 돈을 요구하다니, 넌 예술가가 아니라, 장사꾼이구나. 그래서 성공하겠어?
하는 시각 말이다.
더 슬픈 것은
이런 열정 페이를 강요당하는 존재가 예술가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다수의 젊은이들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지망생’과 ‘취준생’ 들이 꿈을 볼모로, 가난의 낭만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인식은 예술 등 일부 도제 시스템에서나 있던 일인데, 지금은 이런 나쁜 관행이 사회 대부분의 분야로 퍼져 나간 것 같아서 더 안타깝다.
왜 세상은 나쁜 것은 더 빨리 퍼지는지 말이다.
아......
그런데 이런 말도, 결국은 내가 엄청 성공한 후에, 말해야 세상이 들어주겠지.
여전히 무명인 내가 이런 말을 하면, 패배자의 넋두리로 들릴 뿐이겠지.
그러니 나는 오늘도 낭만적인 나의 작업실에서, 여유로운 척 음악을 만들며, 내일의 생계를 고민해야겠다.
내가 성공해야,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테니까.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