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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나이트 Jan 19. 2016

with 먼데이브런치


음반 발매 시 가장 중요하고 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부분은 바로 유통사이다. 유통사는 말 그대로 제작된 음반 및 음원을 음원사이트 및 음반가게에 배급하고, 판매대금 회수를 대행해주는 회사다.

각 사이트에 음원을 배급하는 단순 유통 회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유통사의 손에 내 곡이 어디에 어떻게 노출될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대형마트에 수많은 우유들이 선보이지만, 결국 가장 잘 눈에 띄는 곳에 진열된 브랜드의 우유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음악도 한정된 음원 사이트의 페이지에 어떻게 노출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노출 여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주는 것이 바로 음원 유통사이니 생각보다 아주 중요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리스너들이 내 음악이 세상에 나온 것을 알아야 들어줄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유통사와의 계약서에는 제작사가 (갑), 유통사가 (을)로 표기되지만, 실상은 나 같은 소규모 영세 업체의 경우 내가 을이고, 그쪽이 갑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도 대부분은 (을)이라도 좋으니 가능하다면 거대 유통사와 함께 하고 싶어 한다.


나 역시 이번 3집만큼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고 널리 알려진 유통사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난생처음으로 PPT 자료까지 동원하며 거대 유통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10년 넘게 음악을 해왔고, 이번 3집은 앨범의 기획 자체가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대를 했었기에, 거절당했을 때 솔직히 많이 속상했었다.


하지만 곧 이성적으로 생각한 결과 굳이 거대 유통사에 목메지 않기로 결정했다.


먼저 설령 내가 원했던 유통사와 계약이 성사되었다고 해도 거대 유통사 내부의 발매 음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기 위해서 또 경쟁을 해야 한다. 홍보를 위한 경쟁에 얼마만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지, 내게 그럴 힘이 있는지, 그렇게 경쟁을 하길 원하는지 나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또 지금까지 나름의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제일 큰 곳이 아니라면, 오히려 소규모로 운영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이 일하기에도 좋고, 결과도 더 흐뭇하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여러 소규모 유통사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중 ‘먼데이브런치’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깔끔하고, 솔직한 이미지의 회사라 느낌도 좋았지만, 업계에 종사 중인 2명의 지인들도 꼭 만나보라며 추천을 해주었던 점에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음악 콘텐츠 유통 기획 회사인 ‘먼데이브런치’는 오랜 시간 음악 업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든 회사였다. 무엇보다 음악을 돈만으로 보지 않고, 애정으로 대하는 점, 그리고 이그나이트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고마웠다. 감사하게도 대표님 역시 이그나이트를 좋게 봐주시고, 최대한의 협력을 약속해 주셨다.


벌써 ‘먼데이브런치’와 함께 이그나이트 3집을 발매한지 8개월이 지났다. 얼마 전, 대표님과 자료를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실, 요새 어떤 가수나 제작자들은 대뜸 ‘00 사이트 첫 화면에  노출되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유명한 사이트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자기소개도 건너뛰고, 주문하듯 물어보면 내가 좀 신이 안나지요. 그런데 이그나이트는 계약 전에 몇 번이나 만나서, 자신의 음악 세계도 보여주고, 제작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해서 제가 참 고맙고, 모처럼 진짜 음악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이구나 싶어, 제가 먼저 흥이 나요. 물론 음악도 아주 좋고요.”


부끄럽고, 감사했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적어도 순수함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만난 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제 잘 알기에 더욱 인연에 감사했다.


사실 매달 음원과 뮤직비디오, 거기에 소설까지 붙여서 발표를 한다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라 나 스스로도 한 번쯤은 삐그덕 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더 분위기를 북돋워 주어서 한 번의 펑크도 없이 벌써 8개월째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한 달, 한 달 갈수록 조금씩 입소문도 타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있다.


이는 아마도 ‘먼데이브런치’와의 만남을 비롯해 모인, 3집에 함께해주는 분들이 모두 진심으로 이그나이트를 지지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다음 곡 발매를 준비해야겠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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