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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나이트 Jan 12. 2016


2015년 봄, 어느 날이었다. 나는 애들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치킨과 맥주를 사들고 신이 나서 집으로 왔다. 아내도 모처럼 야식에 눈이 반짝이며 신나서 술상을 차렸다. 

얼른 손을 씻고, 건배를 나눈 뒤, 나는 바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말을 꺼냈다.


“먼데이 브런치라는 유통사랑 계약하기로 했어. 이제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야 할 거야. 적금도 만기가 되었으니 날짜 맞춰서 바로 진행하면 돼.”


치킨을 들던 아내가  멈칫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응...... 근데, 그 돈 다 써야 해?”


“그렇지, 아마 부족할 거야. 대출을 조금 받아야 할 지도 몰라.”


아내는 치킨을 내려놓고 맥주를 조금 더 마셨다. 아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머릿속에 통장 잔고를 떠올리며 새삼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해졌다.


누군가에겐 푼돈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연봉일 수 있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만한 액수를 모으기 위해 지난 3년간 정말 아등바등 노력했다. 특히 아내는 임부복, 애들 내복 하나 안 사고, 커피 한 잔 안  사 먹으면서 버티고 또 버티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주었다. 


아내는 돈이 아까울 것이다.


“미안해, 그렇게 힘들게 돈을 모았는데, 만져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써버려서. 남들이라면 더 좋은 집이나, 차를 사거나 할 텐데..... 음악을 해야 하니, 고생만 시켜서 미안해. 우리 아쉬운 데로 1박이라도 어디 여행 갔다 올까?”


아내는 맥주를 또 마시더니 말했다.


“여행은 무슨,  대출받아야 한다면서... 더 아껴야지. 그냥, 나는 억울한 게 그렇게 모았는데도 부족한 게 속상해서요.

그래서 사실 순간,  대출받지 말고 돈에 맞춰서 제작하라고 말하고 싶었어. 빚을 내면, 또 어떻게 얼마 동안 갚아야 하나 싶고......

그런데 돈에 음악을 맞출 수 없잖아. 돈 생각하지 말고, 음악 해야지. 

뭐, 모든 사업자들이 처음엔 있는 거 없는 거 다 투자해야 한다고 하더만. 우리도 이게 다 투자니까. 아끼지 말고 해야지. 해.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


말을 끝내고 아내는 술을 쭉 들이켰다. 


“여보, 미안해. 고마워. 사실 돈 더 모을 때까지 좀 기다렸다 할까 생각도 했는데, 그러면 너무 늦는 것 같아서. 계속 이래저래 조금씩 미루다가는 평생 미뤄질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하고. 유명한 가수들도 꾸준하게 활동 안 하면 잊혀지는데, 나는 더 열심히 해야지. 최대한 대출 안 받고, 모은 돈 내에서 하도록 할게. 그리고 고맙고... 내가 나중에는 잘 돼서...”


“됐어. 남자가 하기로 했으면 배포 있게 해. 쪼잔하게 하지 말고. 닭이나 먹어요. 못 먹는 술 마시지 말고. 술은 내 거야.”



술잔을 만지작 거리며 주절주절 거리는 내 손에서 아내가 술을 뺏어 들면서 말했다. 아내는 술을 쭉 들이켜더니 시원하게 트림을 했다. 


나는 아내에게 닭다리를 건네주고, 나도 닭을 한 조각 들었다. 오랜만에 먹는 치킨이 참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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