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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나이트 Jan 26. 2016

음반을 내는 것은 미친 짓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대중음악 시장은 참 웃긴 것 같다. 한편으로는 K-POP, 한류, 강남스타일 등 한국 음악이 세계 시장에 자리 잡았다면서 엄청난 호황기인 것처럼 자축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가수들조차 음반이 안 팔려서 두렵다며 신곡 발표를 주저하고 있다.


나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문화 평론가도 아니다. 하지만 관련된 분야의 종사자로서 이런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수가 인기는 있는데 정작 음반이나 음원으로 인한 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 구조 말이다. 실제로 한 대형 음원 사이트에 근무하는 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발매되는 앨범 및 음원들의 평균 제작비 회수율이 대략 20% 미만에 그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지 2년이 넘었으니 지금은 더 낮아졌을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면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계속 음반을 내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할 수 있다. 신곡을 발표하면 할수록 경제적 손실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어떤 투자도 받지 않고, 홍보로 믿을 만한 구석도 없는데 음반을 계속 내는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


나는 왜 이런 미친 짓, 미쳤다고 생각되는 음반 발매를  계속하는 것일까?


먼저, 신곡을 계속 발표하는 것만이 내가 음악가로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걸 알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정공법만으로도 지속적인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내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팬 분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 해서든 꾸준히 음원 또는 음반 발매를  계속하고자 한다.


보컬을 하지 않는, 음악 프로듀서인 나는 음반 발매 외에는 팬 분들을 만날 방법이 지금 당장엔 없다.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이그나이트의 보컬들과 함께 공연이나 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 따라서 내가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방법은 하나, 꾸준한 신곡 발표만이 음악가로서의 내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당연히 끝까지 열심히 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나는 분명 좋은 음악은 언젠가 세상이 알아준다고 믿는다. 좋은 음악을 만들면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들릴 것이라는 믿음이다. 언젠가 내 아내가 이런 나의 믿음을 두고 ‘깡 시골의 간판 없는 엄청나게 맛있는 짜장면 집’에 비유를 한 적이 있다. 허름하고, 홍보도 안 하지만, 신기하게도 맛 하나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그런 맛집 말이다. 창작의 본질에 충실하면 언젠가는 꼭 성공한다는 믿음에서 그 비유는 일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엄청나게 맛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런 신념만으로 지속적인 음악 활동을 지속할 힘을 내기는 쉽지 않다. 나의 신념을 지켜주는 에너지의 원천은 당연하지만 나의 팬들이다.


나에게는 팬이 있다. 아직 팬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내 노래를 틀어주시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다. 항상 그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지만 실감을 하긴 쉽지 않은데, 때로 블로그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달아주시는 댓글과 메시지들을 접할 때면 팬들의 존재가 벅차게 확 다가오기도 한다. 버스에서 내 노래를 듣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씀해주시는 서른 중반의 남자 분, 내 노래를 들으며 힘을 얻어 사춘기를 잘 버텨내었다는 대학생 분, 내 노래로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했다는 분, 내 노래로 신부에게 직접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겠다던 예비 신랑 분, 유튜브 등에 남겨진 어느 나라인지도 모르는 외국인 분 등. 팬 분들이 남긴 진심이 담긴 댓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울컥하면서 내 안의 열정이 타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건 정말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하며, 책임감과 도전 의식이 불타오르는지 말이다.


또 이런 팬 분들의 진심 어린 반응들 덕에 가족들, 특히 아내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마음으로는 항상 나의 의사를 존중하고 나의 음악을 지지해주는 아내이지만 사실 음악가 남편의 적은 수입으로 생활과 음반 제작을 병행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팬 분들의 반응들을 직접 접한 후론 ‘무슨 일이 있던, 절대 음악을 포기하지 말라’며 지원해주고, 내가 흔들릴 때마다 곁에서 응원해주고 혹시나  나태해질까 봐 감시해주는 존재가 되었다.


사실 음악가로서 나의 꿈은 소박하다. 음반 발매만으로 다음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얻는 것이다. 요즘의 음악 시장 상황으로는 어쩌면 굉장히 허황된 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2집을 내고 3집을 시작하기까지 3년가량 걸렸는데 3집과 4집 사이의 시간은 더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에 그 꿈이 있다.


그 꿈을 이루려면 지금처럼 꾸준히, 정기적으로 음반 발매를 하는 것, 그래서 내 음악을 기다려 주시는 팬 분들을 만나는 것 그것만이 꿈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길이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난 이미 이 미친 짓을 오래오래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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