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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나이트 Sep 27. 2016

박명수처럼 음악 하자

까이고 까이고 까여도

“선생님, 어떠세요?”


노래가 끝나고, 학생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음......”


나는 입을 다물고, 생각을 정리했다. 학생은 그 몇 초의 시간 동안 긴장하며 내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귀는 똑같다


자신의 창작품은 분신과도 같다. 너무나 자랑스럽고 예쁘고 완벽할 것이다. 자신의 곡을 들려주는 이 학생의 마음도 지금 얼마나 두근거리며 또한 자랑스러울까.


자신 있게 칭찬을 바라는 눈빛을 보며, 지적질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최대한 용기를 꺾지 않는 선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특히, 곡을 발전시키고 다듬을 때는 나의 색이 들어가지 않도록, 학생의 개성이 돋보이는 곡이 나오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 나의 평가가 냉정하게 느껴졌는지 토라지거나. 납득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아마도 ‘이게 최신 스타일이에요. 선생님이 추구하는 스타일이랑 달라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아닌가요? 다른 사람은 그렇게 말 안 해요.’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감사하게도 아직 대놓고 저런 말을 하는 학생은 없었다.)


학생이 나의 조언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 느껴지면, 나는 음악을 모르는 일반인들과 음악을 좀 공부해본 친구,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라고 한다.


사람의 귀는 똑같으니까 말이다. 여러 명에게 똑같은 말을 듣고 나면, 내가 무슨 말을 해준 것인지 그때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길을 열어줄 스승,
냉정한 동료,
무심한 가족



예술이라는 길이 힘든 이유는, 모두가 느끼고 평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을 몰라도 그림을 보고 나름의 감상과 평을 할 수 있고, 글을 못 써도 책을 읽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심지어 전 국민이 심사위원이지 않나.


세상 사람 모두가 나에게 평을 내리면서 지적질을 해댈 수 있는 예술은, 그래서 생각보다 괴로운 일이다.


그럼,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에이...... 전문가랑 일반인이랑 같아요? 평론가가 괜히 있어요?”


물론 다르다. 전문가의 귀와 일반인의 귀는 다르다.


그러나 같다.


이게 참 웃긴 말인데 정말 그렇다. 그런 점에서 지망생, 예술가들은 보통 3명의 독자가 필요하다고들 말하는 것 같다. 길을 열어줄 스승, 냉정한 동료, 그리고 무심한 가족들이 그들이다.


먼저, 선생님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책임감을 가지고, 냉정하게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고, 학생의 강점을 살려주며, 아닌 길을 막아주고, 여러 갈래의 길을 설명해 줄 선생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선생님과 제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애정을 바탕으로 그나마 제일 부드럽게 악평을 할 것이다.


둘째로는 냉정한 동료가 필요할 것이다. 고급 독자라고 하는데. 전문가의 귀이자, 대중들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로서의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 그룹이자 트렌드세터므로, 자신의 창작을 높게 사며 트렌디함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겠지만, 사실 이들은 아마 가장 냉정하게 가슴에 비수를 꽂는 악평을 해댈 가능성이 많다. 왜냐, '고급' 독자니까. 좋은 작품과 비교해서 얼마나 비루한 작품인지 잘 알면서, 동시에 자기 과시를 하고 싶어 하는 독자이기 때문에 아주아주 냉정하게 비판할 가능성이 많다.


셋째는 무심한 가족이다. 예술을 모르는 일반 청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마도 ‘모르겠는데. 시끄러우니까 끄고 게임하자.’ ‘표절 아냐? 비슷한 거 들어봤어’라고 말할 것이다. 이들은 직감적으로 좋은 것을 구별해 내지만, 그 이유까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눈은 높아서, 웬만한 퀄리티가 아니고서는 감동시키기가 쉽지 않다.


결론은, 누구에게 들려주던 까일 것이다.


신기하게도 전문적인 분석이던, 모르겠다는 한 마디이던, 공통적으로 그 작품의 별로라는 것, 별로인 부분, 특히 나 스스로 '이 정도는 건너뛰어도 모르겠지' 했던 부분을 다들 콕 짚어서 '별론데'라고 말해줄 것이다.


왜냐고? 귀는 똑같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말 번쩍이는 좋은 부분이 있다면, 선호하는 취향과 상관없이, 누구나 좋다고 할 것이다. 

전문적으로 분석해서 ‘요 부분이 좋은데’라고 꼬집어 말해줄 수도 있고, “뭔지 모르는데 그냥 요기가 좋다”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이 온다.


이것도 누가 들어도 공통적으로 말할 것이다. ‘좋은데’라고.


왜냐고? 귀는 똑같으니까.


그때부터가 진짜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부터 더 본격적으로, 선생님과 전문가 동료들의 피드백을 분석해서, 부족한 부분을 기르고, 강점을 키워나가야 할 시기인 것이다.



박명수처럼 자꾸 만들어서 보여줘라


코미디언 박명수 씨의 음악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음악 하는 태도가 나는 참 좋다고 생각하는데, 무한도전에서 대놓고 그렇게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10년이 넘게 꾸준히 음악을 하고 있고, 계속 대중에게 음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음악가로서 배울 점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비웃음을 사더라도, 당당하게 연습하고, 공부하고, 활동하는 것. 그것이 지금 수련하는 지망생의 자세일 것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지망생 뿐 아니라 창작 활동을 하는 모든이가 동시에 겪고 있는 일이다.


평생 음악을 하겠다는 뜻은, 평생 까이겠다는 뜻과 동일하니, 

오늘 하루 비평을 받았다고 해서 좌절하지 맙시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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