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그나이트 Aug 23. 2016

예술가의 라이프스타일

예술가의 눈에도 예술가의 삶은 신기하다

차를 고치러 카센터에 갔다. 수리하는 동안 고객쉼터라는 휴게실에 있으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하릴없는 손님들이 영화 감상하듯 커다란 텔레비전의 예능 프로그램을 감상하고 있었다.


나 역시 무료한 아저씨답게 커피 한 잔 타 들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같이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였다. 다 재미있었지만 특히 ‘김반장과 윈디시티’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목을 쭉 빼고는 참 즐겁게 보았다.


예전에 이 분들 노래를 들었을 때, 개성적이고 매력적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텔레비전으로 보니까 더더욱 매력이 느껴졌다.


산 아래, 온수도 안 나오는 낡은 집에서, 편하게 머리도 박박 밀고, 친구이자 음악 동지들인 멤버들과 함께 마당에서 노는 것처럼 노래 부르면서 사는 모습은, 여유 있어 보이고, 자유로워 보였다. 평범하지 않은 모습에 김반장이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호감이랄까 하는 것도 생기고 말이다.


물론, 중간에 인디 음악가의 삶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내용이 있긴 했지만, 그 자체도 왠지 낭만적으로 보였다. 돈이 없어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노래하는 행복한 사람이랄까?


심지어, 저렇게 낭만적인 살, 자유로운 삶을 살려면 적당히 가난해야 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자체가 음악이고, 예술이고, 낭만인 김반장의 일상에 나도 모르게 심취하다 보니 지루하지 않게 차를 수리하고 집에 올 수 있었다.


사무실에 와서 아내에게 김반장이란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마침 아내도 재미있게 봤다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우리도 정릉으로 이사 갈까? 왠지 좀 특이하고 그런 곳에서 살면 당신 정체성이 더 두드러지는 거 아닐까? 사업가들이 성공하면 타워팰리스에서 사는 것처럼. 우리도 이사 가서 자연스럽게 김반장과 같이 인디 음악가 동네를 만드는 거야. 그러면 당신 음악과 정체성도 좀 알리고, 좁은 인간관계도 넓히고 어때?


솔직히 예술가는 좀 개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린 너무 개성이 없는 것 같아. 원래 예술가는 저런 시골이나 아님 홍대, 강남에 살아야 하는 거 같은데 우린 생뚱맞게 인천에 살고 말이지.


말 나온 김에 우리도 예술가스러운 뭔가 자유스러운 그런 걸 좀 해보자.

아!! 둘 다 머리를 박박 밀을까? 후리하게?”


아내의 말에 나도 순간 혹했다. ‘예술가스러운 일상’은 그 자체로서 매력적이니까. 시골집에서 텃밭을 가꾸며, 애들 뛰어놀며, 다 같이 합창하는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생활 얼마나 낭만적인가.


하지만 나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 하기도 바쁜데, 텃밭을 가꾸고, 잡초를 뽑을 시간이 어딨으며. 또 방과 후에 애들 맡길 일이 있으면 당장 처가에 달려가야 하는 것도 현실이니까 말이다. 우린 당분간은 처가를 떠날 수 없다.


게다가 신혼 초 2년 동안, 정말 깡 시골에서 살면서 시골 생활과 안 맞는 사람들인 것을 깨달은 적도 있으면서 말이다.


나는 생각을 멈추고, 안된다고 말하려고 아내를 바라봤다.

아내는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내는 어떻게든 나를 꼬셔서 평생의 로망 중 하나인 '본인의 삭발'을 하고 싶은 것이었다.


“안돼!!! 우린 충분히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어. 이런 핑계로 애기 엄마가 머리 깎을 생각하지 마. 지금도 짧아!”


“치!!!”


아내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같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당신이 보기에는 하나도 안 예술가 같은 사람이겠지만, 

나도 예술가다 이 마누라야.


뭐 나도 김반장은 참 신기하지만 말이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매거진의 이전글 최고의 음악 장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