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카페라떼에 뭘 넣어달라고요?
내 카페는 택지(宅地) 안 어중간한 자리에 있다. 이 동네서는 나름 큰길(?) 가에 있고, 버스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는 데다가, 주택가와 상가와 조그마한 회사 따위가 모여있는 곳이라, 인구 적은 소도시 치고도 입지는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아무래도 출퇴근 단골들과 마실 나오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잠깐 모이기 좋은 위치 아닌가. 실제로도 내 예상은 잘 맞아서, 비수기에도 어찌어찌 월세와 인건비는 감당할 정도의 매출이 나왔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으니.
이 동네, 매일같이 술 드시는 어르신들이 제법 많다. 술이 사람을 마신 것 같은 분들도...... 많다.
어느 무더운 여름밤의 일이었다. 아직은 마감 시간을 기다리는 알바에게 공감할 수 있는 초보 카페사장이었던 나. 가게 문 닫기까지 한 시간쯤 남겨둔 시점이었던가. 머리가 반쯤 벗겨진 아저씨 한 분과 그 연세 되도록 풍성풍성하신 아저씨 한분이 불콰하게 취한 얼굴을 하고 가게로 들어왔다. 그들이 두어 번 숨을 쉬자 알코올 섞인 똥구렁내 같은 것이 마스크를 뚫고 들어와 코 점막 깊숙한 곳을 자극했다. 키오스크를 능숙하게 다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연배이신 데다, 딱 봐도 혓바닥이 트리플악셀 하다가 꼬였을 얼굴이라 허리에 힘을 딱 주고 귀를 살짝 측면으로 기울이며 주문받을 준비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키오스크를 반개한 눈으로 노려보던 양반들이 몸을 쓱 돌려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소주 한 병이랑 안주 아무거나!"
하하 시발. 이런 건 예상에 없었는데. 여긴 카페라고요.
입밖에 내지 못할 소리를 삼키면서 말한다.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매장에서 술은 팔지 않는데요 하하." 그러자 두 손놈손님은 어어 하더니, 사냥감을 놓친 좀비 같은 포즈로 잠시 생각에 빠지기를 잠시, 머리가 개활지가 펼쳐진 손님이 큰 소리로 외쳤다. "나 화장실 갔다 올 테니까 네가 시켜놔!"
정수리에 밀림이 우거진 손님이 "죄송합니다 좀 시끄럽죠?" 허허 웃으며 말했다. 보기와 달리 좀 안 취하신 건가?라고 생각했으나
"근데 정말 술이 없나요?"
유유상종(類類相從). 끼리끼리 논다. 옛 말은 어찌 이리도 그른 것이 없는지. 하지만 아직은 친절 원툴로 영업하는 새내기 카페사장이었던 나는 결국 소리 내어 설명했다. "여기는 커피랑 알코올 없는 음료수만 파는 카페예요 손님. 약주 한 잔 더 하시려면 저 건너편 고깃집이나 옆에 있는 선술집 가셔야죠."
말을 알아듣는 투라 충분히 잘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손님의 요청이 참... 재미있다.
"그럼 소주를 가져올 테니 카페라떼에 한두 잔 타주면 안 됩니까? 와이프가 2차 가면 싫어해서 커피 마시고 왔다고 하게......"
그걸 속겠냐?
풍성한 아저씨는 남은 술은 사장님이 마시면 되지 않느냐며 회유를 거듭했고, 난 눈가로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살기를 애써 내려누르며 거듭 거절의 의사를 밝혀야 했다.
이날 알코올 내음 가득한 가게를 환기하며 깨달았다.
취하다 만 손놈손님이 만취자보다 더한 진상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