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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Nov 29. 2024

뭉크의 <베란다의 여인>



여자는 서 있었다

집안에서의 생활을 남겨둔 채

동그마니 서 있기로 했다

적막이 지렛대처럼 여인을 세우고

그저 한가로운 배경으로 남기를 원했다


어디쯤 세워져야 하는지

가끔 묻고 싶었지만 시간은 그녀를

데려와 어디에나 있게 했다

일상의 노곤함이 길처럼 흘러내려서

칼칼한 머리를 흔들곤 했다


오래된 이야기처럼

꿈은 치마 사이로 흘러내리고

주머니 속 노래는 시간을 맴돌 뿐

열린 창을 넘어 울려 퍼지는

노래가 되지 못했다


1924년, 여인들의 세상에서

홀로 데려온 고즈넉한 여인을

두고두고 보고 또 보게 하는 베란다의 여인

가끔 그림은 내게 말을 한다


2024.11.28 한밤에


오늘은 올려주신 그림이 오랫동안 눈을 잡았습니다.

그녀의 서 있음이 오래도록 남아 있어서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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