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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Dec 02. 2024

난, 그들이 좋다

예술론



                                              김비주


난, 누구의 마음에도 오지 않는

하루를 보냈다

골고다의 언덕을 오른 도둑처럼

방편의 한끝에 십자가를 메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옆에

죽음을 미끼로

가끔 은혜받고 싶은 걸까


찬서리 내리도록 가을은 짙어가고

글족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에

이방의 경계에서

기웃거리던 또 하나의 몸짓

안으로만 삭혀서 떠오르는 동동주의 밥알처럼

공중 부양도 못하고

증류되어 가벼워진 소주도 되지 못한 채

되새김질하는

사유의 촉하나


무덤 곳곳의 소리를 전해주던

고은 선생 글을 본 지도 오래

미천한 재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보겠다던 덜떨어진 이유들이

채곡채곡 쌓이는 밤


논리와 항변과 고집을 버리고

신의 주심대로

그들에게 가겠나이다

고백하는 밤

그들의 꿈을 함께 꾸어보는 옴팡진 하루


20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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