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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by 김비주


영어로 된 여행 가이드북

그 책을 샀을 때 나의 꿈은

여행가였어요

일백 나라를

갔다는 저자가

어찌나 맘에 쏙 들던지요


난 일을 멈추지 못한 채 훗날을

다짐했었지요

시인이 아닌 세계를 넘나드는 여행가 되어

아름다운 곳을 만나면 한없이 빠져들고 싶은

시간이 오길 기다렸지요


생각은 생각만 낳을 뿐

그 책 가져와 보니 표지만 영어

십여 년의 상실감이 문득 올라오고

시간의 틈사이로 꿈들이 쪼개지고

생활의 정수리엔 오늘만 있을 뿐


난, 생활을 벗어나 꿈을 생활로 만들 수 있는

비범함을 얻고 싶어요

가끔은 무모한 생을 선택한 이들의 비범함이

몸서리치게 그리울 때 꿈을 꾸지요


2016.11.30

벌써 또 십여 년이 되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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