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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무침

by 김비주


김비주



굵은 천일염을 살짝 뿌려서 삶은 콩나물에, 마늘, 파, 주황색 연두를 넣고 참기름 살짝 두르고 깨를 뿌렸다.

온 집안에 콩나물의 들큰한 냄새가 진동했다.

엄마의 냄새, 그리운 고향의 냄새이다.

문을 열지도 않고, 환풍기도 돌리지 않은 채 그 냄새에

푹 젖는다.


딸이 만들어 둔 달래장에 오전 요가를 마치고 와서

콩나물과 부침 계란을 얹어 참기름 살짝 얹어

비벼먹을 예정이다.

벌써 입에 침이 고이고 행복함이 몸에 가득 스민다.

필라테스 횟수를 늘렸더니 잠시 입맛이 사라졌다

돌아온 지 며칠 됐다.

잠시 부엌에 가서 콩나물 씻고 삶아서 점심에 먹을

콩나물 무침을 해놓고 방으로 들어오니, 생각이

들어왔다.


콩나물 무침 등 나물을 만드는 것이 참으로 생경했던

예전의 내가 생각났다.

늘 느끼지만 시간은 그냥 흐르는 건 아니다.

서툴렀던 나를 아주 편안하고 익숙하게 일머리를

틀면서 오는 것이다.

삶은 계속 진보하는 것이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았다면.

퇴보했다면 되돌아볼 일이다.

어디에서 내가 어그러졌는지.

그러한 시간을 지나서 정신과 육체가 더욱

건강해지기를 바라며 뚜벅뚜벅 걸어간다.


아직도 코끝에 스미는 콩나물 냄새, 맛있게 설렌다.


202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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