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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네요

by 김비주


가끔 아득하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 날이 있어

엊그제 일이 꿈결처럼,

머리는 맹맹하고 장면은 허공을 떠다니며

비가 퍼붓던 삼월의 시작을

눈 들어 보던 그 달콤한 비의 말들을

어쩌면 생의 안쪽을 슬그머니 훔친 시간을

풍경으로

사람으로

갈아입는 날이 있어


꿈같은 날들

꿈이었으면 하는 날들

산다고 돌아온 날들이 하늘에 걸리고

비 내리는 길 위에도 함께 내리던

세상의 나무들이 물오르고

싹눈 틔우며

봄을 기다리는, 봄의 한끝을 온통 시샘하는

꽃샘추위에도

비의 말이 주절거리는 남도의 한끝에서

봄이 오고 있었어


그저 환하게 웃던 당신들


20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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