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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예쁜 봄

by 김비주



냉이가 왔다

땅 속에서 겨울을 보내고 마구 자라서 툭툭 불거진

활력이 봉화에서 정관으로


봄이 오는 길목엔

쭈그리고 앉아서 봄을 캐내는 이가 있다

시간의 거리를 뛰어넘어

부챗살처럼 환하게 펼쳐질 냉이를 따라

옮기던 걸음의 모든 순간을 고이 넣어서

우리 집에 왔다


신문지를 펼치고 큰 스텐볼을 가져와

푹 주저앉아 봄을 꺼낸다

서투른 손이 익숙해질 때까지

냉이를 따라 전해오던 따뜻함과 달달함

수고로움이 거실 가득 퍼지고

씻어서 한켠에 두니 반짝거린다


돌단풍 피어오르고

곳곳에 동백 수선화 오르고

튤립 예쁘게도 피었다

모과 꽃들이 다투어

봄을 나툰다

꽃처럼 피어난 냉이를 보고

살며시 웃었다


20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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