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혼자 먹기 위해
식은 밥 한 덩이 찾아서
김치 한 조각 꺼내 때늦은
점심, 오늘 한 끼 먹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의 한 귀퉁이에
널브러진 생이 문득 오늘도
씩씩거리며 밭은 숨을 흘리고 있지 않은지
유달리 혼자인 곳에
특별히 혼자인 날이 싫어서
가족을 만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농경사회가 아닌 곳에서
가족은 유목민의 한 모습이거나
해체된 세계의 모습이었습니다
난 늦은 밥을 먹으며 한 번도 새기지 못한
어머니의 일상을 새기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번거로움을 위한 식사 준비의
배려가 아니라 내 일상을 살기 위해
어머니의 홀로 된 밥상을 한 번도 생각지 않았다는 걸,
종종거리며 따뜻한 밥상으로
산모인 내 밥상을 날랐던 어머니의
여린 어깨를 이제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해도
떠나버린 또 하나의 그리움이라는 걸
난 날마다 세계를 노래하지만 내 어머니의
고단한 생을 단 한 번도 새기지 못한 또 다른
나의 자식이라는 걸,
연휴가 유달리 길어서
많은 축복이 쏟아져 내리는 날
세상의 한끝에서
쓸쓸한 또 하나의 생이 저물어 간다는 걸,
뿌리치고 돌아 온 모든 외로움이 긴 그림자를
남기고 환한 길 위에 쏟아질 모든 축복을
또다시 어머니가 될 내 딸에게 보냅니다
2015.12.26
2018년 시집 《오후, 석 점 바람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