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표 4
김비주
주인과 함께 가는 강아지의 당당함
오는 사람 피해서 전 속력으로 달리는 길냥이
풀 뒤에 숨어 조금은 겁먹은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본다
눈을 마주치며 온 윙크를 하지만
겁은 사라지지 않고
당당한 몸짓으로 주인을 거부하며 다른 길로
가자던 강아지를 보며
왜 나는 온몸에 바람이 돋는 걸까
봄은 숨 쉬는 곳마다 솟아나고
해마다 피는 나무의 꽃들을 가끔 기억하지 못해
머리를 쥐어짜지만
들은 익어가고
패랭이, 엉겅퀴, 유채, 말발톱 민들레,
영산홍 아래에서 오르고
그 많던 튤립들이 붓꽃으로 밀리고
계절의 속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산책길
무얼 더 내놓아야
들이 온전하게 보일까
초록의 무성함이 눈부시도록 빛나고
비둘기들 모이 찾아 바지런히 움직이는
아침,
그래 살았으니 잘 살아
굶지 말고 힘들지 말고
풍요로운 봄이 주는 모든 기운이 고루 갈 거야
2025.4.27 산책길 단상, 흔들리는 벤치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