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단상

by 김비주



오늘은 미뤄 왔던 마음을 옮긴다.

내가 갈수록 조용해지는 건, 에너지를 쓰지 않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주위를 더 정갈하기 위한 또 하나의 일인지도

모른다.

분노와 절망이 많이 사그라지고 무언가 되고자 하는

욕구도 많이 사라진 지금, 감사와 슬픔은 아직도 함께 한다.

목숨을 가진 모든 것들의 소멸이 깊게 들어오기도 하고

살면서 견디어 내는 전 과정이 아름답다 못해 아련하다.

어떤 것에 대한 반응이 크게 무디어지고, 그저 눈에 들어오고 보고 읽히는 가운데 담담한 마음의 한끝을 내기도 한다.


그 마음 한자리를 잘 지켜내기 위해 더 낮아지기도 한다.

제법 정리가 되었다던 마음자리도 또다시 묻고 있다.

어떤 이들의 말처럼 아직 손주를 보지 않아 알 수 없는 세계를 체험하지 않아 아직도 미생인지도 모른다.

삶의 방식이 결혼을 선택한 이의 길이었다면 맞을 줄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낸 마음을 잡고 질문을 한다.

아직 산다면 20여 년은 족히 있을 터인데, 관계 정리를

너무 일찍 시작한 건 아닌지?

요즈음의 화두다.

너무 평안해서 혹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데

최소한으로 줄인 건 아닌지?

혼자 놀고 지내는 것에 너무 익숙한 건 아닌지?

기본에 충실하고자 더 많은 것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지?


묻고 물어도 끝나지 않는 삶의 증명 방식, 조금 번거로워질

필요가 있지 않나 되묻는 중이다.

날이 흐르고 폭우가 온다는 기상예보를 듣고, 모처럼 마음을 끄집어내어 글을 쓴다.

작은놈 짱이가 편히 자고 있다.


《뇌를 위한 최소한의 습관》을 어제 섭렵했다.

《파과》로 건너가는 중이다.


2025. 5. 17


오늘도 비가 계속 내린다. 어제 쓴 글을 오늘 올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