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오욕의 오랜 것들이 강으로 강으로
내려오고 침묵은 또 하나의 강
작은 마을과 낮은 산들이 내려와
제 모습을 비추며
몸을 흔들어 정갈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았고 사람과
더불어 강도 세월을 나며
몸통을 드러내며 씻기어지고 싶었으리
큰바람 불어와 강의 마디 마디를
건들며 몸을 뒤틀게 하고
몸들의 기억을 지우고 있었다
산다는 건 명징한 유리거울 같은 것
걸어갈수록 모습은 뚜렷하게 세월을 이고
제 파편들을 키우며 흔들어대는 것
기다란 강의 골을 따라 흔들리며
제 모습을 감추어 두고 강을 또 한 번
비트는 것
오늘따라 강의 표면들이 눈부실 때
한없이 내가 작아만 지는 것은
소리 없는 반짝임으로 삶의 전면을
황홀한 모습으로 늘 바꾸는 것
강은 울음을 삼키고 있다
《오후 석 점, 바람의 말》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