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지 않는 시인

by 김비주



어쩌면 노래를 잊어버렸는지 모르지요

아니, 잃어버렸는지도

아무리 불러도 소리가 안 나지요

소리가 없어진 세상에서

들리는 소리에만 맡기지요

가슴엔 출렁이는 말들이, 노래가

장미가 피어나듯

온몸을 들썩이는데

많은 말을 쏟아내던 지난날이

유월 비따라 내려오고

드문 상처처럼 바람도 부는데

닫힌 문을 뚫고 떨어지는 빗소리

지금 장미는 온몸 부수며 떨어지고 있겠지요


추락한 모든 것은 중력을 잃은 채

곧장 떨어지지요

누군가 손을 벌려 힘껏 안을까요

떨어지는 연인처럼

세상이 모두 젖은 아침

내 귀는 세상을 향해 열리겠지요

2025.6.14


날이 가물었는데 모처럼 비 오시네요.

늘 생각하는 시, 가슴에 묻으면 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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